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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해우소]"결혼은? 출산은?"…성차별 면접 반복되는 까닭은

황효원 기자I 2021.03.21 00:05:38

"결혼적령기인가요" 성차별 면접 여전
채용 면접서 성차별 시 처벌할 법 실효성↓…신고해도 '솜방망이'
"폐쇄주의적 조직문화 개선 필요해"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최근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기업 곳곳에서 유사한 성차별 사례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채용 면접서 신체조건·재산 등 부당 개인정보 요구 관행 근절해야”

“면접 중 결혼적령기인 여성은 출산 문제가 있다면서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구직자 A씨는 최근 면접관으로부터 황당한 발언을 들었다. A씨는 “면접에서 ‘여자는 군대에 안 갔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덜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결혼적령기 여성은 출산 문제가 있으니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지원서에 나이도 썼는데 굳이 면접장에 불러서 ‘안된다’고 이야기해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광고대행사에 지원했던 B(28)씨도 최근 면접장에서 결혼 및 출산 관련 차별 발언을 들었다.

B씨는 “여성 직원들의 경우 출산과 육아가 있어 남자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늦어진다”면서 “‘여자들은 결혼하고 애 낳고 금방 회사를 관둬 문제’라는 발언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업계가 좁은 탓에 한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사이”라며 “향후 취업에 피해를 받게 될까 면접에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불쾌한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취업 포털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답변자 중 21.1%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특히 남성(9.6%)보다 여성(30.4%)의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면접 때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당하거나 입사를 한 이후에도 잡무를 떠맡는 등 어렵게 면접 문턱을 넘어도 또 다른 성차별을 마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C씨는 “다같이 먹는 점심식사인데 메뉴 공지부터 주문, 결제, 뒷정리까지 잡다한 일을 시키고 사무실과 화장실 청소까지도 떠맡아야 했다”면서 “회사 대표는 ‘여성은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며 성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월급 삭감을 하더니 여성에게만 퇴사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집단주의적 조직문화의 폐해” 법적 제도 개선 시급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됐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제4조3항에 따라 구인자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 지역·혼인 여부·재산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이력서, 자기소개서 등 기초심사자료상의 성차별적 조항만 금지하고 있어 면접에서 이뤄지는 질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이 법은 30명 이상 고용 사업장에만 적용돼 중소기업은 법망을 빠져나간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채용절차법’이 개정된 2019년 7월 이후 노동부에 신고된 위법 행위는 559건에 달했다. 이 중 338건(60.5%)은 구직자들의 신체적 조건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실효성이 떨어지는 법과 제도 탓에 사실상 채용 면접 성차별을 처벌할 법이 부재하고 더불어 조직 내 이어진 차별적인 문화와 관행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관계부처에서 채용 성평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는 등 법적인 근거는 충분히 마련됐지만 그럼에도 현장에서 면접 성차별이 계속되는 것은 조직 내 차별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성차별 근절을 위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과 채용절차법을 개정해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직장갑질119 김두나 변호사는 “정부는 공정한 채용기회의 보장을 위해 채용절차법 적용 대상을 3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고 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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