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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100년②]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조선족’ 안중근으로 둘텐가”

이정현 기자I 2019.04.11 00:10:00
안중근 의사. (사진=이데일리DB)
[하얼빈=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안중근’을 알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앞두고 안중근 의사에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8일 중국 하얼빈에서 만난 그는 “안중근 의사는 항일독립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며 “안 의사와 일가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다 볼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중앙일보 현대사연구소 전문기자와 국민대 및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지냈다.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달 설립한 평화경제연구소의 초대 소장이다.

정 소장은 “중국인 중 일부는 안 의사가 ‘조선인’이 아니라 ‘조선족’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며 “중국 역사의 일부분으로서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다루려는 것”이라 밝혔다. 안 의사의 거사지가 중국 땅인 하얼빈이었고 국권피탈 이후에 많은 조선인이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근거로 중국이 만주에서 일제에 맞서 싸운 조선인들을 ‘조선족’으로 표기하는 걸 들었다. 실제로 하얼빈에 있는 ‘동북열사기념관’은 일본에 맞서 싸운 동북항일연군의 구성원 중 조선 출신도 소개했는데 살아서 압록강을 다시 건넌 이들만 ‘조선인’이라 표현했다. 나머지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으로 중국 역사의 하나라는 것.

정 소장은 “큰 의미에서 동북공정의 하나”로 봤다. 사료가 불분명한 고대사보다 비교적 최근의 역사를 중국사의 하나로 엮으려는 움직임이 더 큰 문제라고도 했다.

“마냥 화만 낸다고 해결될 건 아닙니다. 양국의 학자들도 이 문제로 다투기도 합니다.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해요. 당시는 조선인과 중국인이 국적으로 가리지 않고 일제와 싸울 때입니다. 한중이 공유하는 항일투쟁사인 만큼 ‘역사의 공유’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안중근 의사와 일가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되물었다. 안 의사의 일가는 대부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동생 안정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원이었고 안공근은 김구 선생의 최측근이자 한인애국단의 핵심을 활동하다 암살당했다. 다른 가족들도 독립운동사에 이름을 남겼으나 해방 후 뿔뿔이 흩어졌다. 이념 갈등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정창현 소장은 한국전쟁 당시 불탄 후 터만 남아 있는 생가를 일례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북한 해주시에 있는 안중근 생가는 관리가 되지 않아 거의 방치되고 있다. 최근 종교단체와 한국 학자들이 방문을 했는데 차량이 진입할 방법이 없어 애를 먹었을 정도다.

그는 안 의사가 이념을 떠나 남과 북이 함께 존경하는 위인임을 강조하며 “경색된 남북관계에 안중근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국의 하얼빈에 안중근 기념관이 생긴 마당에 그의 생가가 불타 흔적만 남은 게 말이 되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이 8일 하얼빈에서 열린 강의에서 항일독립운동사에서 안중근과 그 일가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정현 기자)


취재지원 한국기자협회·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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