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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구의 PD열전]사랑의 아픔이 만든 '프란체스카', 노도철 PD

김은구 기자I 2007.07.23 08:56:30
▲ 노도철 PD(제공=MBC)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사랑의 상처는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사랑에 실패한 뒤 한동안 실의에 빠져 폐인처럼 지내고, 또 그 충격을 잊기 위해 학업이나 일에 매진하다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사람도 있다.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두근두근 체인지’ 등 MBC 인기 시트콤의 연출자 노도철 PD(36)는 사랑의 아픔 덕분에(?) PD가 됐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노도철 PD는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노 PD는 대학 4학년 때 첫사랑인 여자친구가 “졸업한 뒤 뭘 할 거냐”고 묻자, 인문학 교수가 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아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에 “PD가 되겠다”고 대답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방송사 입사 준비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 사이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는데, 오히려 더 독기를 품고 공부해 1996년 9월 MBC에 합격했다.

“MBC 신입사원 연수 들어가기 전날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헤어진 여자친구와 마주쳤어요. 여자친구를 너무 보고 싶었지만 안보여 유학 간 줄 알았거든요. ‘PD가 됐다’며 얘기 좀 하자고 했는데 (여자친구가)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신이 주신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악수만 하고 헤어졌어요.”

◇ 술 사주는 선배들 좋아 예능 PD 선택

노도철 PD는 과거 여자친구에게 왜 PD가 되겠다고 했을까?

“대학 1학년 때부터 프랑스 문화원의 프랑스어 연극 서클 활동을 했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학과에서 연극학회를 만들었어요. 연기도 하고 연출도 했는데 학과 연말 행사에서 연극을 무대에 올리자 교수님들이 ‘불어를 하지 말고 연기를 하라’는 말도 들었죠. 여자친구가 진로에 대해 묻자 며칠 전 EBS ‘직업의 세계’라는 프로그램에서 PD를 소개하는 것을 보면서 ‘연극 연출과 똑같네’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죠.”

PD가 되겠다는 목표를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연출자로서의 ‘끼’는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연극 연출을 했다면 드라마 PD가 됐어야 하는데 그는 예능 PD로 방송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노도철 PD는 “당시 수습 기간 동안 예능국과 드라마국, 교양국에서 1개월씩 연수를 하고 분야를 결정했는데 예능국 선배들이 매일 술을 사주고 노래방에 데려가는 게 좋았어요. 제 덩치를 보고 드라마국에서 오라고 했는데 드라마국은 당시 군대처럼 엄격한 분위기여서 싫었죠”라며 웃었다.

노도철 PD는 예능국에서 ‘환상여행’, ‘휴먼TV 앗 나의 실수’ 등 콩트, 드라마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조연출 시절부터 재능을 발휘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 노도철 PD가 연출한 첫 시트콤 MBC '두근두근 체인지'(제공=MBC)

◇ 연출한 시트콤 연이어 화제... 어느새 전문 PD로 자리매김

노도철 PD는 처음 시트콤에 도전한 2004년 '두근두근 체인지'부터 안방극장에 파란을 몰고 왔다.

당시만 해도 시트콤은 예쁜 여자 주인공을 출연시키는 것이 시청률 성공의 불문율이었다. 하지만 노도철 PD는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미녀 스타가 아닌 조정린, 박슬기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조정린이 마술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미녀로 변신하는 내용으로 일요일 낮 시간대에 15%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이끌었다.

이어 노도철 PD는 2005년 흡혈귀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1, 2로 또 한번 인기몰이를 했다. 이 시트콤들의 성공으로 그는 판타지 시트콤 전문 PD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노도철 PD는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2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1 마지막 회 시청률이 높아 곧바로 시즌2를 제작하게 됐어요. 그 때 어떡하든 2~3개월은 쉬었어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는데….” 
 
▲ 노도철 PD가 연출한 '안녕, 프란체스카'(제공=MBC)

◇ 시트콤 제작비 회당 4천만원, 드라마 절반에 불과

노도철 PD는 3월 사내 공모를 통해 MBC 드라마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라마와 시트콤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노도철 PD는 “시트콤보다 웃긴 코믹 드라마들도 많고 시트콤 작가들도 드라마에 진출하고 있잖아요. 시트콤과 드라마의 장르적 구분은 없어졌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노도철 PD가 드라마국으로 옮긴 데는 시트콤을 제작하며 느꼈던 제작환경의 한계도 있었다.
 
 “‘안녕, 프란체스카’나 ‘소울메이트’는 회당 제작비가 드라마의 절반도 못미치는 4000만원이었어요. 세트의 정교함도 떨어지죠. 많이 힘들었어요.”

마니아 시청자가 많았던 ‘소울메이트’의 경우 마지막 장면을 일본에서 찍으려고 했다. 드라마의 경우 너무 흔해 특별하지도 않은 해외 촬영. 하지만 회사에서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노PD와 배우 신동욱이 자비로 일본에 가 6mm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시트콤 팬으로 보면 서운할 수도 있지만, 노도철 PD가 드라마국으로 옮기면서 기대와 의욕에 부푼 것은 그 때문이다.

노도철 PD는 예능국에서 함께 드라마국으로 옮겨온 김민식 PD와 함께 올 연말 성형외과를 배경으로 한 12부작 시추에이션 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 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노도철 PD는 ‘PD열전’ 인터뷰를 마친 뒤 “소개팅을 하러 간다”며 일어섰다.
 
“장가도 가야겠고, 역시 사랑을 하는 것이 대본 상의 감정표현이나 아이디어에 도움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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