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쫓겠다" 경찰에 엽총 받아 면사무소로…'봉화 총기 난사 사건'[그해 오늘]

채나연 기자I 2024.05.22 00:00:10

귀농인 이웃 갈등·민원 불만에 범행
국민참여재판서 무기징역 선고
법원 "평생 격리돼 속죄하며 살아야"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경북 봉화에서 엽총을 난사해 애꿎은 공무원 등 3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남성, 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해 공무원 2명을 숨지게 한 김 씨(77).(사진=뉴스1)
그해 오늘 무기징역이 선고된 그의 판결문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한 마을 주민인 70대 남성 김 씨는 2018년 8월 21일 오전 7시 50분쯤 파출소에 “아로니아 밭을 망친 까마귀를 쫓겠다”며 엽총을 반출했다.

그는 실탄 5발을 장전한 엽총을 들고 아로니아 밭이 아닌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웃 스님 임 모(48)씨의 사찰을 찾아갔다. 오전 9시 27분경 임 씨를 발견한 그는 곧바로 엽총 1발을 발사했고 놀란 임 씨가 도망가자 쫓아가 2발의 실탄을 더 쐈다.

임 씨의 어깨에 중상을 입힌 그는 곧바로 엽총에 실탄 2발을 더 장전한 후 차를 몰고 파출소로 진입했다. 파출소에 근무 경찰관이 없는 것을 발견한 그는 다시 차를 돌려 소천면사무소로 향했다.

김 씨(77)의 총기난사로 창문이 깨진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사진=연합뉴스)
면사무소에 도착한 그는 다짜고짜 근무 중이던 공무원 C 씨(47)와 D 씨(38)에게 엽총을 난사했다. 피격을 받은 공무원 2명은 ‘닥터 헬기’를 타고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후 심폐소생술까지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당시 봉화 엽총 난사사건으로 애꿎은 공무원 2명과 주민이 숨지자 피의자의 범행 동기에 관심이 쏠렸다. 과연 그는 왜 평온하던 시골 마을에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엽총 난사 피의자 김 씨는 2014년 홀로 귀농해 소규모 농사를 짓고 있었다. 2년 뒤인 2016년 스님 임 씨가 근처의 윗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임 씨가 이사 온 집은 공동 물탱크보다 높은 곳에 있어 수압이 약해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임 씨는 “수압이 낮아 내 집에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모터 펌프를 설치하려는데 어떠냐”고 김 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김 씨는 “스님네 배관에 펌프를 달면 우리 집 수압은 더 떨어진다. 안된다”고 거절했다. 계속된 거절에도 임 씨가 배관 모터 공사업자까지 데려와 설득하자 문제가 생길 시 원상복구를 해준다는 조건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자 임 씨가 “다른 이웃도 모터 설치비를 부담하고 전기요금도 내고 있으니 당신도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씨가 “너희 공사비를 왜 내가 부담해야 하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라”고 답하자 임 씨는 “씨X놈 너는 이제부터 내가 말려 죽일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고 욕설을 하면서 둘 사이의 심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김 씨는 집에 물이 나오지 않자 임 씨를 찾아가 “물이 왜 안 나오느냐, 스님이 이장에게 무슨 소리를 했기에 이장이 나에게 공사비·모터비·전기료도 안 내고 이웃을 두들겨 패서 내쫓았다는 소문이 나느냐”라며 따졌다.

이에 임 씨는 “XX XX 너를 말려 죽이려고 했더니, 오늘 보니까 너는 패 죽일 새끼다”라며 손으로 김 씨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김 씨는 2018년 8월 해당 문제에 대해 면사무소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하고 파출소에 찾아가 임 씨의 폭행 사실을 알렸지만, 뜻대로 처리되지 않자 이웃들과 기관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김 씨는 2018년 5월 수렵면허시험에 통과해 엽총 소지허가증을 발급받고 미리 범행을 준비했다. 실제로 범행 한 달 전부터는 자기 집 마당에서 사격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씨가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밝히면서 7명의 배심원 선정이 이뤄졌다. 재판에 참여한 7명의 배심원들은 각각 사형 3명, 무기징역 4명으로 양형 의견을 밝혔으며 김 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격연습까지 하는 등 계획된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지만 사형을 정당화할 객관적 사유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을 사회에서 평생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잘못을 참회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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