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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일한 마트 노동자, 휴일수당 받지 못하는 이유[판결왜그래]

김형환 기자I 2023.11.26 07:00:00

노동자, 마트 상대 휴일수당청구소송 잇따라
현행법상 근로자 대표 합의시 휴일근무 가능
勞 패소…法 "사전 휴일 특정하지 않아도 돼"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여유로운 주말에 가족들과의 대형마트 쇼핑은 너무나 즐겁습니다. 식당부터 영화관, 카페까지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마트는 심심한 가족이 찾기 가장 좋은 공간입니다. 그런 공간을 주말에도 움직이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마트 노동자들입니다. 마트 노동자들은 평일보다 주말에 더 많이 일합니다. 주말에 마트를 찾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트 노동자들은 과연 휴일수당을 받고 일하고 있을까요? 결론은 ‘No’입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상 근로자 대표 합의시 휴일 근무 가능

이에 마트 노동자들은 마트를 상대로 휴일 수당을 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마트 노동자 3명은 지난해 3월 대형마트 A사를 상대로 각각 휴일 수당 약 1300만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7단독 최병률 부장판사는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왜 주말에 일하는데 휴일 수당을 받지 못할까요?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자는 명절·공휴일 등에 근무할 경우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1일 8시간 이내는 50% 가산, 8시간 초과에 대해서는 100% 가산입니다. 예를 들어 일당이 시급 1만원인 업무를 주말에 6시간 했다면 일당으로 9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10시간을 했다면 16만원(8시간까지는 50% 가산된 12만원, 초과된 2시간에 대해서는 100% 가산된 4만원)을 받는 것입니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공휴일에 불가피하게 근무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공휴일 대신 다른 근로일을 특정해 유급휴일로 부여할 수 있습니다. 마트·놀이공원 등 주말에 더 업무가 많은 서비스업인 경우 대부분 이런 ‘대휴’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서면합의를 이유로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당시 재판에서 마트 노동자들은 공휴일과 관련한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는 대체할 휴일을 특정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서면합의 당시에 공휴일에 일할 경우 각자 정해놓은 대체휴일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서면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일요일에 일할 경우 월요일에 쉰다’와 같은 방식으로 대체할 휴일을 명확히 명시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재판부는 “A사에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들의 대체 휴일을 일률적으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할 휴일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A사와 근로자 대표가 한 휴일 대체에 대한 서면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A사는 의무휴업일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운영되기 때문에 영업 여건상 특정한 날에 근로자들을 일률적으로 쉬게 하기 어렵고 노동자들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에게 다음 달 스케쥴표를 작성하게 해 휴일을 대체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서면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무휴업일 변경·온라인배송 허용 ‘유통서비스 노동자가 위험하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체휴일 사전 특정하지 않아도 인정 가능”

이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B사 전·현직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휴일근로수당 관련 체불임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김도균)는 전·현직 직원 1100여명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14억원 상당의 임금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원고들은 “B사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되지 않은 근로자 대표와 휴일 근무시 대체휴일로 갈음하는 서면합의로 노동자들의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위법적으로 강탈해왔다”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같은 원고들의 주장에도 재판부는 B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논리는 A사 판결과 같았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는 2012년 4월경부터 매년 취업규칙에 의한 유급휴일을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일로 대체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해왔고 1년간 대체되는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이를 각 사업장에 고지했으며, 각 사업장에서는 매월 근로자에게 익일 대체휴일을 안내했다”고 판결했습니다.

A사의 소송을 대리했던 법무법인(유) 광장은 이번 판결이 마트 외에도 경비·의료·운송·프랜차이즈 매장 등 24시간 또는 주말·공휴일에도 운영되는 사업장에서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광장은 “휴일이 대체되는 근로일을 사전에 특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업의 특성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으로 합의한 휴일 대체가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트 노동자들은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예를 들어 2만명의 사원이 있다면 현장직 1만5000명이 뽑은 근로자 위원들이 있고 관리직 5000명이 뽑은 근로자 위원들이 있다”며 “여기서 뽑힌 위원들이 근로자 대표를 뽑는데 1만5000명에서 뽑는 위원보다 5000명에서 뽑는 위원 숫자가 더 많아 사실상 관리직만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B사 소송의 경우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더욱 부각하겠다는 게 강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강 위원장은 “휴일근로가 삶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휴일 휴식권을 위한 필요성이 이번 소송에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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