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파르나.제2롯데월드 완공
렌트프리 확산에 진정세던 공실률
중소형 빌딩 위주로 다시 악화 우려
그러나 건물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지난 몇 년간 ‘렌트프리’(초기 임대료 면제)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겨우 안정을 되찾은 강남권 오피스시장에 파르나스타워를 필두로 올해 2분기 이후 대규모 신규 공급이 몰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잊었던 ‘공실’(空室·빈 사무실)의 먹구름이 다시 한번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렌트프리’로 한숨 돌렸지만…
올해 들어 강남권 오피스시장은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 등 겉으로 드러난 지표상으로는 최근 2년 새 가장 안정된 상태다. 불과 작년 초까지 9%를 육박했던 공실률은 렌트프리 확산과 삼성 등 대기업 계열사의 강남권 이동 등에 힘입어 7%대로 떨어졌다.
3일 종합부동산관리회사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 1분기 강남권(GBD) 오피스 공실률은 7.17%로 2014년 3분기(7.5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8.97%) 이후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은 4분기 연속 하락세를 타면서 현재 서울 평균 공실률(8.67%)보다도 1.5%포인트가 낮다. 특히 규모가 가장 큰 프라임급 건물은 공실률이 2.64%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5% 이하 공실률은 기업 이사 시기가 엇갈려 생기는 자연 공실로 봐 ‘완전 임대’로 판단한다.
테헤란로를 상징하던 IT기업들이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등으로 하나둘 둥지를 옮기며 시름에 잠겼던 강남권 오피스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렌트프리가 한몫을 했다. 렌트프리는 건물주들이 공실을 줄이기 위해 임대 초기 3~4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사무실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임차인 입장에선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건물주는 몇 달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수익률 등 건물가치 하락과 임대료 인하를 막을 수 있다. 여기에 한전 부지 등 코엑스 일대의 대규모 개발 계획도 강남권 오피스시장 회복세에 힘을 보탰다.
나혜정 서초동 데시앙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은 “강남 건물주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렌트프리를 최장 6개월까지 해주며 버텨왔다”며 “당장은 판교 등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기겠지만 결국은 교통의 요지인 강남으로 돌아올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중소형 오피스건물은 악재 연속
그런데 강남권 오피스시장의 안정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올해 서울에 공급될 오피스 물량의 약 62%가 강남권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7월 완공될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와 10월 송파구 신천동에 들어설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타워 등 프라임급 대형 오피스빌딩 공급이 예정돼 공실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강남권 중소형 오피스빌딩의 미래는 더 암울하다. 당장 올 2분기에 서울지역 중소형 오피스공급량의 59%가 강남에 집중된다. 현재 강남권은 대형 건물인 프라임급과 A급(연면적 3만 3000㎡~6만 6000㎡)은 공실률이 5% 이하지만 중소 규모인 B급(연면적 1만 6000㎡~3만 3000㎡)과 C급(연면적 1만 6000㎡미만) 등의 공실률은 각각 9.92%와 10.38%로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중소형 오피스의 강남권 공급 집중은 공실률 상승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이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판교창조경제밸리’(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사업이 내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제2판교테크노밸리는 임대료가 주변 시세 대비 70~80%에 불과하고 각종 세제 혜택도 풍성해 강남권 오피스시장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상업용부동산 전문업체인 NAI프라퍼트리 백민기 리테일본부장은 “IT분야의 경우 판교가 기반 인프라 등이 잘 구축돼 있는 등 강남권을 대체할 곳은 많다”며 “강남권은 임대료에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 임차인 유치와 공실률과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