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갈곳 잃은 관피아 대학으로 향했다

김정민 기자I 2014.09.01 05:00:00

박근혜 정부 고위관료 50명 퇴임후 거취 조사
20% 대학교수 이동..석좌·초빙 등 비전임 대부분
관피아 논란에 44% 거취 못 정하고 휴식

[이데일리 김정민 신하영 김성훈 기자] 현정부에서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뒤 퇴임한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표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낙하산 인사 철폐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가뜩이나 갈 곳이 줄어든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관(官)피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진 탓이다.

31일 <이데일리>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운영에 참여했다가 물러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장·차관, 차관급 인사 50명을 대상으로 퇴임후 거취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20%(10명)가 대학강단에 섰거나 설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임 관료들은 석좌교수나 겸임교수, 초빙교수 등 비전임(비정규) 교수로 강단에 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 입장에선 비용부담을 덜 수 있고 자격 시비가 벌어질 경우 교수사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쉬워서다. 전체의 절반 가까운 44%(22명)은 ‘거취 미정’이다. 물의를 일으켜 자리에서 물러난 일부 인사들은 주변과 연락을 끊고 칩거 중이다.

고위관료 출신 교수들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생생한 현장경험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문제점들을 소개하는 등 책상물림 교수들과 차별화된 강의로 호평을 받는 경우가 많다.

K대 졸업생 권지현(가명·28)씨는 “장관을 지냈던 교수님께 지방행정론 강의를 들었는데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이론을 설명해 신선했고 이해하기도 쉬웠다”며 “국정운영에 참여한 경험을 수업 중 수시로 소개해 강의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측이 구조조정 방패막이나 재정지원사업 유치 등에 활용하기 위해 유력 인사들에게 교수 직함을 내주는 악용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고위관료 또는 정치인 출신 인사들에게 이름뿐인 교수 직함을 주고 대외 홍보용이나 재정지원사업 유치 등에 활용하는 대학들이 있다”며 “대학들이 비전임 교수직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대학사회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려막기’식 인사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전체 조사대상 중 20%(10명)나 된다. 믿고 맡길 사람이 부족한 현 정부의 협소한 인력풀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국무수석(전 여가부 장관)이 내각에서 청와대로 이동한 대표적 인사들이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등은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다 친정인 부처로 영전한 케이스다.

▶ 관련기사 ◀
☞ 퇴임 고위관료들 '교수·백수' 아니면 '잠수'
☞ 관료 출신 총장 국고지원 실적따라 '희비교차'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