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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참혹하게 죽여야 사형인가"...고유정, 전 남편 살해[그해 오늘]

이연호 기자I 2023.05.25 00:03:00

2019년 5월 25일, 제주시 한 펜션서 수면제 탄 카레덮밥 먹인 후 살해
보름 간 치밀한 살해 계획...피해자 가장 위해 남편 휴대폰으로 조작 메시지도
시신 2차례 걸쳐 훼손 후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해상 등 유기
檢 눈물의 호소에도 2020년 11월 무기징역 확정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이혼 후 소송 끝에 면접교섭권을 얻은 강모 씨는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었다. 강 씨는 아이를 만나러 가는 차 안에서 록그룹 들국화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를 개사해 부르며 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2년 만에 아들과 상봉한 기쁨도 잠시, 그는 곧 아들과 영원히 이별하고 만다.
지난 2020년 2월 20일 고유정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후 교도소로 가는 호송차에 탑승하기 위해 제주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유정, 아이 게임하는 사이 전 남편 살해...범행 도구 등 사며 카드 포인트까지 적립

2019년 5월 2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고유정(사건 당시 36세)은 전 남편 강모(36) 씨에게 수면제인 졸피뎀을 먹이고 그를 흉기로 살해한다. 6세 아들은 다른 방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고유정은 완전 범죄를 꿈꾸며 전 남편 살해를 치밀하게 계획했다. 고유정은 같은 달 9일 법원이 강 씨의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5월 25일을 면접기일로 정하자 곧 강 씨 살인 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우선 10일부터 자신의 휴대전화로 ‘수면 유도제’, ‘니코틴 치사량’, ‘살인 도구’, ‘뼈의 무게’,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7일엔 충북 청주시의 자택에서 약 20km 떨어진 충북 청원군의 한 병원에서 졸피뎀 성분이 들어 있는 수면제 일주일 치를 처방 받았다. 톱 등 범행 도구 일부도 차에 실었다.

다음 날인 18일엔 자신의 승용차를 여객선에 싣고 제주도에 입도했다. 인터넷을 통해 제주시 조천읍 소재 한 무인 펜션도 이날 예약했다. 범행 사흘 전인 22일, 고유정은 제주시의 한 마트에서 식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숫대야, 청소용 솔 등을 구매했다. 카드로 결제하며 본인의 휴대전화로 바코드를 제시해 포인트까지 적립했다.

범행 당일인 25일 오후 5시께 전 남편 및 아들과 함께 예약한 펜션에 입실한 고유정은 이후 강 씨에게 졸피뎀을 넣은 카레라이스를 권유한다. 고유정은 카레를 먹고 잠든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

고유정은 범행 다음 날인 26일 아들을 제주시의 친정에 가 맡기고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이어 피해자의 시신 훼손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톱으로 시신을 토막 내다 오른손을 다쳤다.

그러나 청소 도구로 현장을 깨끗이 청소한 뒤 종이 상자와 스티로폼 상자 등을 들고 27일 오전 11시 30분 펜션에서 퇴실했다.

◇두 차례 걸쳐 시신 훼손...의붓 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

펜션을 나서고 몇 시간 뒤인 27일 오후 5시께는 강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본인의 휴대전화로 ‘취업도 해야 하니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마치 전 남편이 살아 있는 것처럼 속이는 것은 물론 자신이 성폭행 당한 것처럼 꾸미기 위한 의도였다. 고유정은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전 남편이 덮치려 해 수박을 썰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고유정은 펜션을 퇴실한 다음 날인 28일 오후 3시 30분께 범행에 사용한 물품을 샀던 마트를 다시 찾아 범행 후 남은 물건들을 환불했다. 오른손에 하얀 붕대가 감겨 있던 고유정의 이때 모습은 해당 마트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

같은 날 오후 6시께 고유정은 제주시 다른 마트에 들러 종량제 봉투 30장과 여행용 가방을 샀고 이후 인적이 드문 장소로 이동해 강 씨의 시신을 나눠 담았다.

오후 8시 30분 완도행 여객선에 탑승한 고유정은 훼손한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고유정이 배에 탄 지 1시간쯤 지난 오후 9시 30분경부터 7분에 걸쳐 피해자 시신 일부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 등을 유기하는 모습이 여객선 CCTV에 포착됐다.

고유정의 시신 훼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완도에 내린 후 밤새 운전해 29일 오전 4시께 경기도 김포시의 친정아버지 소유 아파트로 갔다. 완도행 선상에서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했던 목공용 전기톱 등 물품의 배송지였다.

고유정은 같은 날 인천의 한 가게로 직접 가서 사다리와 방진복, 커버링, 덧신, 덮개 등도 추가로 구입했다. 2차 시신 훼손 시 혈흔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들이었다.

이후 31일 오전 3시께 고유정은 시신된 훼손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 봉투를 아버지 아파트 내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고유정은 다음 날인 6월 1일 충북 청주시 자택 지하 주차장에서 긴급체포됐고 같은 달 5일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 2020년 2월 2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전 남편 살인죄와 사체손괴죄, 사체은닉죄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은 고유정은 같은 해 11월 5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다만 재혼한 남편의 아들(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고유정에 줄곧 사형을 구형했던 검사의 ‘눈물의 호소’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20년 4월 22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고유정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환우 검사는 “도대체 얼마나 더 참혹하게 살해해야 사형이 선고되는 것이냐.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 달라”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어 이 검사는 같은 해 6월 17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 강 씨가 어린 아들과 만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며 구형 도중 눈물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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