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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은퇴 고민했는데…기다림 끝 기적 찾아왔죠"[인터뷰]①

김현식 기자I 2022.09.09 09:15:00

보컬그룹 씨야 멤버 출신
'놀면 뭐하니?' 통해 새 도전
WSG워너비 멤버로 1위까지
슬럼프 깨고 제2의 전성기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벼랑 끝에서 잡은 동아줄.” 보컬 그룹 씨야 출신 가수 이보람은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게 해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WSG워너비 프로젝트(이하 WSG워너비)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보람은 프로젝트 여자 보컬 그룹 결성기를 그린 WSG워너비 최종 멤버로 선발되는 활약을 펼치며 다시금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벼랑 끝으로 내몬 긴 슬럼프를 깨준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더 값진 도전이었다.

최근 신곡 ‘한 밤의 꿈처럼’ 발매를 기념해 이데일리와 만난 이보람은 “가수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에 WSG워너비를 만났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도전이 기적 같은 결과로 이어져 행복하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WSG워너비 참가 제안을 받은 건 언제였나요.

△“3월 말쯤으로 기억해요. 첫 촬영을 하고 바로 다음 주에 방송이 시작됐었고요. 출연진이 미리 알려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첫 촬영과 방송 시작 사이의 텀이 짧았던 게 아닌가 싶어요.”

-오디션 방식이었어요. 최종 멤버로 선발된다는 보장이 없었던 만큼 참가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사실 올해까지만 하고 가수를 그만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하필이면 코로나19까지 걸려서 목소리가 제대로 안 나오는 몸 상태가 되다 보니 그런 고민이 더 커졌었죠. 토할 때까지 기침이 나올 정도로 후폭풍이 심했거든요. 그런 가운데 마주한 WSG워너비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한 도전이었어요. 벼랑 끝에서 잡은 동아줄이었던 거죠. 첫 촬영 3일 전까지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는데 억지로 겨우 겨우 소리를 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녹화장에 갔었고요.”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이보람이 몸 담았던 씨야는 2000년대 중후반 가요계를 강타한 미디엄템포 음악 열풍의 한 축을 담당한 팀이었다. 데뷔곡 ‘여인의 향기’부터 ‘미친 사랑의 노래’, ‘사랑의 인사’, ‘결혼할까요’, ‘슬픈 발걸음’, ‘그놈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곡이 차트를 뒤흔들며 히트했다. 이보람은 2011년 씨야 해체 후 솔로 가수로 전향한 뒤 부지런히 노래했지만 아쉽게도 팀 활동 때 만큼의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다. 이보람은 “어느 순간부터 자격지심 같은 게 생겼다”고 고백했다.

-가수를 그만해야겠다는 고민을 했던 이유가 궁금해요.

△“씨야 활동 땐 정말 바쁘게 활동했어요. 반면 솔로 가수로 활동하면서는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았죠. 자격지심일 수도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무대에 올라 갈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알까’ ‘내 무대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 유튜브 채널인 ‘보람씨야’의 경우 꽤 많은 구독자를 불러모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잖아요.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다 보니 유튜브 채널 운영을 열심히 했고 감사하게도 노래하는 저의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유튜브 밖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싶다는 갈망이 큰데, 나를 불러주는 곳은 없다 보니 가수로서 음반을 내는 것에 대한 욕심을 정리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이젠 그런 생각이 들 수가 없는 상황이 됐네요.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저를 알아봐요. (미소). 제헌절 행사 때 어린이 합창단 친구들과 함께 무대를 했는데 ‘놀면 뭐하니 잘 봤어요’ 하면서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무대에 섰을 때 관객 분들이 ‘누구지?’ 하는 불신의 눈빛이 아닌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저를 봐주신다는 것도 느껴져서 행복해요.”

WSG워너비(사진=MBC)
WSG워너비는 ‘놀면 뭐하니?’가 남자 보컬 그룹 결성기를 다룬 MSG워너비에 이어 전개한 프로젝트다. 기시감이 있는 프로젝트인 데다가 늘어지는 전개가 이어져 초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는데 본격적으로 음원 제작기가 그려질 때부터 기세를 탔다. 상승세의 기폭제가 된 건 프로그램에 진정성을 더해준 이보람의 눈물 장면. 이보람이 청음회에서 씨야와 인연이 깊은 김도훈 작곡가가 쓴 ‘그때 그 순간 그대로’(이하 ‘그그그’)를 듣고 추억에 젖어 눈물을 쏟은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되며 WSG워너비를 향한 관심을 끌어당겼다.

-청음회 때 흘린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음악이 주는 힘이 있잖아요. 조영수 오빠가 쓴 노래를 먼저들었을 때 ‘이건 영수 오빠다’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동아줄을 붙들고 올라가기 위한 도전을 하는 와중에 씨야와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던 작곡가분의 노래를 들으니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아서 울컥하더라고요. 그 이후 김도훈 오빠가 쓴 ‘그그그’를 들었을 때 그 감정이 배로 늘어나면서 눈물이 난 거였죠. 씨야의 엄마, 아빠 같은 분들을 다시 만났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든든하고 의지가 됐어요.”

-그 장면이 큰 화제가 됐어요. ‘같이 따라 울었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제가 왜 우는지 공감 못 하실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고 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했죠. 음악이 주는 힘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 순간이었어요.”

-‘울보람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이번 프로젝트에 임하면서 눈물을 자주 흘렸어요.

△“사실 원래 전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데 희안하게 방송에 나가면 눈물이 잘나오더라고요. 평소에 힘든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면서 살아서인지 방송에서 ‘잘 지내셨어요?’라는 평범한 질문만 받아도 뭔가 울컥하게 돼요. ‘놀면 뭐하니?’ 출연 이후 울보 이미지가 생겼는지 얼마 전 대구 행사 땐 땀을 흘린 건데 객석에서 ‘울지 마세요!’라는 반응이 나와서 당황했어요. (웃음.)”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사진=MBC)
WSG워너비를 통해 가야G(이보람, 라붐 소연, 흰, 박혜원), 4FIRE(나비, 쏠, 엄지윤, 권진아), 오아시소(윤은혜, 코타, 박진주, 조현아) 등 총 3팀이 만들어졌다. 이보람은 가야G에 속해 ‘그그그’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 봤고, MBC 음악 쇼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그그그’가 음원차트와 음악방송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히트에 성공했어요.

△“씨야 활동이 끝난 이후 음원차트 100위 안에 드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그그’가 발매됐을 때 100위 안에만 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1위까지 올라서 정말 놀랐어요. ‘씨야 이후 이런 순위를 또 볼 수 있다니’ 싶었고요. 음악 방송의 경우 MSG워너비가 아깝게 1위를 하지 못했다고 들어서 역시나 기대를 안 했는데 1위까지 오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서 또 한 번 놀랐고요.”

-1위에 오른 게 얼마 만이었던 건가요.

△“음원차트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음악방송의 경우 5288일 만의 1위예요. 팬들이 보내준 축하 꽃바구니에 적혀 있어서 기억하고 있어요. ‘그그그’에 ‘기다림의 끝은 기적이 되고’라는 노랫말이 담겼잖아요. 가사처럼 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나서 믿기지 않아요. 작년부터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미라클’(miracle)이라는 문구를 써두었는데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니까 더 신기해요. 기다림 끝에 제 인생에 기적이 왔나 봐요.”

-1위에 오른 후 방송에서 한 번 더 울었죠.

△“대성통곡을 했죠. (웃음). 그때 방송엔 나오지 않았지만 제작진 분들이 프롬프터에 ‘오래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메시지를 띄우셔서 눈물이 쏟아진 거였어요. 알고보니 재석 오빠가 이미 작년에 제 영상 유튜브 링크를 제작진 분들에게 공유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도 날 봐주지 않는 것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를 지켜보며 응원해주고 있던 분들이 많았던 거죠. 그 사실을 접하고 나서 정말 감사했고 위로도 많이 됐어요.”

-WSG워너비 공식 활동은 마무리 됐어요. 오랜 만에 보컬 그룹으로 활동해보니 어땠나요.

△“멤버들에 대한 얘기를 하면 괜히 울컥해져요. 처음엔 잘되고 싶다는 욕심이 컸는데 나중에는 멤버들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해지더라고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활동해서 행복했어요.”

-가야G가 활동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요.

△“누구 하나 욕심부리는 사람이 없었고 서로 배려하고 좋은 면만 봐주며 활동했기에 저 역시 아름다운 기억이 많아요. 멤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이번 신곡 챌린지에도 흔쾌히 참여해줬고요. 동생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언젠가 과분한 사랑을 보답할 기회가 또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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