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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얼굴 함부로 쓰다 큰 코 다친다"…부정경쟁방지법 시행

박진환 기자I 2022.01.09 06:00:00

[퍼블리시티권]①부경법 개정안, 국회 통과…헌정사상 첫 퍼블리시티권 인정
최근 아시아 등서 한류스타 얼굴·이름 악용한 마케팅 사례 급증하자
행정조사에 금지청구·손해배상가능…특허청·업계 공조 성과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일본의 한 출판사는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한류스타 배용준씨의 동의 없이 월간지에 다수 사진을 게시·판매했다. 배씨와 소속사는 일본 출판사를 상대로 초상권 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 승소했다. 당시 도쿄지법은 출판사가 배용준씨 등에게 440만엔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중국의 한 출판사는 가수 겸 배우인 장나라씨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한 사진집을 발간·판매했다. 이에 장씨 측은 출판사와 서점을 대상으로 30만위안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2006년 법정에서 출판사의 공식사과를 받고, 20만위안의 합의금 및 재판비용 일체를 변상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배우 송중기씨와 가수 겸 배우 수지씨 등도 2016년 여권 사진 유출과 사진 도용으로 곤욕을 치렀다. 또 BTS의 이름과 사진 등을 무단 사용해 화보를 제작·판매한 사건도 국내에서 적발됐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15 BTS LIVE <화양연화 on stage>’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최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발전하고, 유명인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얼굴과 이름 등을 사용하는 제품·서비스가 늘고 있다. 반면 한류스타의 유명세를 악용, 이들의 초상·성명을 활용한 불법 마케팅도 급증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한류스타의 유명세를 무임승차하고 있는 업체나 개인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배우 배수지가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백두산’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급성장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면엔 법적 보호 외면

우리나라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확대했지만 유명인의 초상이나 이름 등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외면해 왔다. 그간 헌법과 민법 등에 근거해 초상 등의 인격적 가치를 폭넓게 보호했지만 재산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았고, 소액의 배상액(위자료) 청구만 가능했다. 금액 산정도 유명인과 일반인의 같은 인격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법원도 초상 등의 재산적 가치를 보호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명문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입장이었다. 이에 특허청과 엔터테인먼트 산업계는 정치권과 공조했고, 수년간의 노력 끝에 입법에 성공했다.

국회는 지난달 11일 본회의를 열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같은 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은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는 행위를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신설됐다. 이에 따라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의 무단 사용행위로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는 경우 법원에 무단 사용행위에 대한 금지를 청구할 수 있고 손해 발생 시 배상청구도 가능해졌다. 또 특허청에 행정조사를 신청해 시정권고 등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2021 글로벌 케이팝 콘퍼런스’에서 김용래 특허청장(왼쪽 8번째), 가수, 제작사 관계자 등이 ‘불법 굿즈 퇴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허청, 학계·관련 업계와 수년간 공조로 부경법 개정안 도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에는 유명인의 초상과 성명 등을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보호대상은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로 규정해 인적 식별표지이면 제한 없이 적용된다. 보호요건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식별표지가 △주지성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경우로 한정했다. 주지성은 해당 업계 종사자·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정도를 의미한다. 제한된 행위유형으로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대상으로 한정했다.

또 부경법 개정안에는 데이터의 부정 취득·사용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신설했다. 데이터 구축을 위해 들인 비용과 노력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통해 자유롭게 데이터가 이용 및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데이터 자체에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면 활용이 위축, 아직 육성 단계에 있는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개정법은 거래를 목적으로 축적·관리한 데이터의 부정 취득 및 사용행위만을 부정경쟁행위로 신설했다.

남영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책과장은 “데이터의 부정 취득 및 사용행위 발생 시 법원에 금지를 청구할 수 있고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 청구는 물론 특허청에 행정조사를 신청해 시정권고 등 구제도 받을 수 있다”며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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