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호황 4분기까지"…덜 오른 벌크선·조선株 담을까

고준혁 기자I 2021.05.10 00:10:00

BDI 11년래 최고·SCFI 집계 사상 최고치
머스크 "공급 병목현상 지속돼 강세 4분기까지"
HMM 주가 부담에 증권가 벌크선·조선주 추천
"조선, 원가 상승분 전가 발언권 높아"
현대重 "슈퍼 사이클 판단 어려워"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해운임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해운주들이 상승하고 있다. 주가가 크게 오른 컨테이너선사보단 비교적 상승폭이 작은 벌크선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단 조언도 나온다. 호황이 지속된다는 전제하에 선사들의 선박 발주량이 늘 것이란 기대도 나오면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선주에 대한 기대도 있다. 다만 해운에서 조선으로 이어지는 슈퍼 사이클(Super Cycle)이 정말 올까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세계 경기와 수요가 회복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머스크 자신감, 해운 리레이팅 뒷받침할 것”

9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철광석 등 고체를 운반하는 벌크선 종합 지수인 BDI(Baltic Dry Index)는 지난 5일 기준 3266포인트로 1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재를 운반하는 컨테이너선 운임 지수를 나타내는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는 지난달 30일 기준 3100.74로 2005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다. 원자재 운반선인 벌크선은 개발도상국 경기와, 완성품을 나르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선진국 경기와 연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는 지난 5일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27억달러(3조400억원)로 전년 동기 1억9700만달러(2200억원)에서 폭증했다고 밝혔다. 소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물동량은 늘어나는데 공급 병목현상이 지속돼 SCFI 운임이 모두 급등할 것이라며 현재의 운임 시황 강세가 4분기까지 이어진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26일 올해 연간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50% 상향 조정해 10년 만에 최대 이익 달성이 가능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국내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이 추가 상승할 거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투자의견을 낸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4만5000원으로 직전 대비 18.4% 상향 조정했다. 6일 종가는 4만2600원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머스크의 호실적과 자신감은 컨테이너 해운 전반의 리레이팅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다만 HMM을 비롯한 아시아 선사들은 머스크보다 레버리지가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말 3000억원 규모의 HMM 전환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얼마만큼 전환하는 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재무적 구조가 머스크보다 불안정한 것이다.

205% 뛴 HMM 부담에 벌크선, 조선사 추천

다만 HMM의 최근 주가 상승폭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적극적 매수는 부담으로 보인다. 이에 BDI 상승에 비해 주가 상승률은 낮은 벌크선사에 대한 투자가 추천된다. 조선주들 역시 반등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MM은 올 초부터 지난 6일까지 무려 205.4%가 올랐다. 이에 비해 벌크선사인 팬오션(028670)은 48.2%, 대한해운(005880)은 25.7% 올랐다. 컨테이너선은 그때그때 움직이는 시황을 반영해 이익이 느는 폭이 크지만, 벌크선은 선주와 일정 기간 운임료를 정해놓는 경우가 많아 시황이 이익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익 증가율이 다르니 선박 발주 속도도 다르다. 최근 들어 HMM은 정부와 협의 아래 1만3000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네오파나막스 컨테이너선 12척 발주를 위해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DI가 상승한 만큼, 시차를 두고 벌크선에서도 이익 증가 및 발주가 나타날 걸로 예상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해운시장은 과거 2004년과 유사하다”며 “원자재(벌크선)가 먼저 들어가고 완성품(컨테이너선)이 나와야 하는데, 그 반대”라며 “선사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는 기간에 늘어난 어닝이 컨테이너 선박발주로 이어지고 있지만, 강세를 보이는 벌크시장에선 선주들이 선뜻 발주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까지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2004년 당시 가장 뒤늦게 레버리지 효과를 보였던 분야는 벌크선사로, 현재도 이미 시장운임 노출도가 큰 이글벌크나 골드오션은 EBIT(이자 및 세전 이익) 추정치가 전분기 대비 2배가 넘기도 하다”며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벌크주 추천 부담이 적어 최선호주로 팬오션을 추천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사 주가의 경우 반등은 운임 상승 뒤 가장 늦거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선주는 그간 비워져 있던 곳간에 돈을 어느 정도 채운 뒤, 금융권에 신용을 인정받아야 레버리지를 일으켜 선박 발주를 할 수 있다. 게다가 선박이 건조돼 인도받게 되기까지는 최소 2~3년의 시차로, 최근의 시황이 지속된다는 판단이 서야 발주를 넣게 된다.엄 연구원은 조선사가 이 허들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신조 발주량이 늘고 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미래 신규수요와 친환경 선박 교체수요 발주의 지속성을 고려해 충분히 상향 조정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수요가 이끄는 호황 확인 필요 시각도

결국 현재 해운 및 조선주의 주가는 가시성만큼 반영된 셈이다. 컨테이너선은 해운과 발주가 뚜렷한 만큼 주가 상승 폭이 가장 크며, 벌크선은 운임은 올랐지만 발주량은 비교적 적어 그 다음으로 많이 올랐다. 조선주는 지난해 말 기점으로 신규 수주가 늘었지만, 예상치를 넘어서는 신호는 잡히지 않은 상태로 추세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다.

거꾸로 무역 수요가 꺾인다면 해운과 조선의 연쇄 반응은 중간에 끊길 수도 있다. 현 경기 회복 구간은 중단됐던 수요가 나타나며 공급단의 병목현상에 기댄 상황으로 진단된다. 점차 공급이 늘면 제품 가격은 떨어질 텐데, 이때 수요가 더 크게 나타나야지만 호황이 지속된다.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단 것이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과 관련 “지난해 4분기 시작된 수주 랠리로 한국과 중국 대형조선소의 슬롯(Slot·선박 건조를 전제로 조선사 도크 예약)이 2023년까지 채워져, 조선사들이 원가 상승분의 가격 전가 발언권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1분기 실적 발표 때 현대중공업그룹은 ‘슈퍼 사이클 도래 여부는 판단이 어려우나 2003~2004년 상황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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