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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연기 가능성 인정한 아베...왜 올림픽 미련 못버리나

이석무 기자I 2020.03.24 06:00:00
처음으로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 동안 고집했던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입장에서 선회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올림픽 정상 개최에 집착했던 아베 총리가 23일 연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연기든 취소든 어떤 결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소장은 23일 이데일리에 “도쿄올림픽은 이미 파행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3차례 올림픽 특수 경험……기대감 키워

아베 총리는 “제가 말씀드린 완전한 형태로 실시한다는 방침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전제를 깔면서 “만약 그것이 곤란한 경우에 선수 여러분을 가장 먼저 고려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연기나 취소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참의원 총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것에 대해 G7 정상들의 지지를 얻었다”며 “연기와 취소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연기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현재 코로나19는 최고 경고 단계인 ‘팬더믹(pandemic·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접어든지 오래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의도적으로 자국 내 코로나19 위험을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도대체 올림픽이 뭐길래 아베 총리는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올림픽에 집착하는 것일까.

도쿄올림픽은 ‘아베노믹스’의 하이라이트다. 아베노믹스는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고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아베 총리의 야심작이다. 일본 경제 부흥은 물론 아베 본인과 그들을 지지하는 극우 정치세력의 성공을 위한 결정적 한 방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일본과 아베 총리가 꿈꿨던 미래는 찬란했다. 도쿄도가 2017년 발표했던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일본 내 경제효과는 무려 32조3000억엔(약 291조원)이었다. 이는 대회 유치가 결정된 2013년 이후 8년과 대회 개최 뒤 10년 등 총 18년간 도쿄와 지방도시 등에서 생길 기대 효과를 모두 합친 규모다.

전용배 동명대교수는 “올림픽은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일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그 관광객들은 개최지에서 많은 돈을 지출한다”며 “올림픽 개최지가 얻게 될 가장 큰 직접 경제효과는 관광객에 의한 소비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도쿄올림픽 개최가 건설 투자나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져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실질국내총생산(GDP) 누계 25조∼30조엔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GDP를 36조엔 정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이같은 수치는 과장된 꿈이 아니었다. 일본은 올림픽으로 일어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까지 올림픽을 3차례 개최했다. 이 3번의 올림픽은 각기 다른 경제적 환경 속에서 치러졌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은 1950~60년대 일본의 경제 고성장기에 열렸다. 올림픽 직전 일본은 국제통화기금(IMF) 협약 제8조를 수락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 올림픽을 발판삼아 일본 경제는 더욱 수직 상승했고 1970년대 이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은 이듬해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하는 등 외부 경제 환경이 불안정했던 시기에 열렸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본은 많은 것을 얻었다.

올림픽 개최 전만 해도 삿포로는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에 비해 크게 낙후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지하철, 고속도로 등 각종 인프라가 구축됐다. 동계올림픽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고 팽창하면서 지금은 산업·관광의 중심지로 우뚝 섰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 비해 경제적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다시 유치했다. 2026년에는 삿포로에서 다시 동계올림픽을 열기를 원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지 않았다는 의미다.

◇“아베 총리 욕심이 더 큰 재앙 부를 수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은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연기하거나 포기하자니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일본 SMBC닛코 증권은 “올림픽 준비를 위해 투자한 최대 4조엔(약 40조원)이 직접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의 GDP는 1.4%, 기업이익은 24.4% 감소하는 등 경제적 손실이 7조8000억엔에 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막대한 방송 중계권료, 입장료 환불 문제, 후원사 계약 문제, 장소·시설 임대료 등 복잡한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다. 오는 7월 24일로 예정된 올림픽 개막일을 단 며칠 미루는 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내년에는 올림픽을 피해 일정이 확정된 국제 스포츠 대회들의 개최가 예정돼 있다.

올림픽이 연기 등을 통해 개최되더라도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는 이미 물건너간 상황이다. 전세계 30만명이 넘게 감염됐고 1만3000명이 넘게 사망한 재앙이 벌어진 상황에서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긴 어렵다. 혹시라도 무관중 경기나 대회 규모를 축소해서 열린다면 올림픽은 더욱 초라해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올림픽 기간 중 선수단이나 관중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올림픽은 ’축제‘가 아닌 ’재앙‘으로 바뀐다. 올림픽이 대회 도중 중단되고 극도의 혼란이 야기돼 좌초될 수 있다. 최동호 소장은 “어떻게 해서든 올림픽을 열겠다는 아베 총리와 일본의 욕심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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