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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 먹으며 밤새 편집과 씨름… 어떻게 버티느냐고요?”
윤여준 JTBC PD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주요 제작진이다. 지난해 기획안을 짜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벌써 1년 넘게 몸을 담았다. 여운혁 국장과 선배인 최창수 PD가 선장 역할을 하는 가운데 후배들을 이끄는 허리 역할이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그는 “초반에는 고생스러웠지만 이제 ‘아는 형님’ 제작진이라고 하면 ‘재밌게 보고 있다’고 반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신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초기만 해도 폐지 위험이 컸으나 믿고 기다려준 덕에 2016년 JTBC 예능프로그램 최고 히트작이 됐다.
윤여준 PD의 이력은 흥미롭다. 보통 방송사 PD라고 하면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그는 고려대학교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준비과정을 거쳐 JTBC 1기로 입사했다. 초반에는 교양프로그램을 주로 만들다 2014년 예능국으로 발령이 났다. 그에게 어떻게 PD를 꿈꾸게 됐느냐고 물으니 “군대에서 TV를 보다가 PD라는 직업이 신나보여서 도전했다”고 답했다.
“첫 직장이라 타 방송사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JTBC만큼 독특한 이력의 구성원이 많은 조직은 없을 겁니다. 방송사가 다채로운 즐거움을 슬로건을 내세워서 그런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을 뽑는 듯하더라고요. 저 역시 신방과 출신이 아닌 PD중 한 명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전에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스태프로 일한 경험도 있습니다. 후배 중에는 소설가로 등단한 친구도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의외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색다른 접근이 가능하거든요.”
“신나게 일하고 싶어”서 JTBC PD가 됐지만 일상은 고되다. ‘아는 형님’의 촬영날인 재무 목요일을 중심으로 일주일의 패턴이 반복된다. 방송날인 토요일 밤까지 어떻게든 편집을 마치면 또 다음 방송을 준비해야 한다. 방송 다음날인 일요일이 그나마 쉬는 날인데 마음 편하게 주말을 보내는 건 손에 꼽을 정도다. 마감에 쫓길 때는 밤샘 편집도 불사한다. 짬이 나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뒤지며 최신 트렌드를 접해야 한다. 그래야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 ‘아는 형님’처럼 청년층에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라면 필수다. 그는 “영양제만 8~9가지를 먹으며 체력을 보충하고 취미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연애는 꿈도 못 꿉니다. PD 중에 결혼한 분들은 일찌감치 한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나머지는 노총각이죠. 저도 지금 그렇게 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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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조직은 상명하복의 시스템으로 속칭 ‘굴러간다’. 호랑이 같은 선배의 지시에 따르고 후배들을 잘 다독여야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차질이 없다. 방송사의 화려함에 취해 입사한 이들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 윤 PD는 “‘아는 형님’이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운혁 국장의 든든함과 최창수 선배의 집요함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윤여준 PD는 이제 자신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JTBC 공채 1기도 메인 PD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른바 ‘입봉’이다. 기획안이 먼저다. 5년여의 트레이닝을 거친 12명의 JTBC 1기 PD들이 칼을 갈았다.
윤 PD는 “출연자의 극한을 감정을 이끌어 내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인간의 본능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하는데 기획안을 구성하는 게 쉽지가 않다. 외국에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꽤 있는데 우리 정서에 맞추기 어렵다. 고민이 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