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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걸친 배구사랑'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 비상(飛上) 이끈 원동력

이석무 기자I 2023.04.05 05:00:00
조원태 대한항공 구단주 겸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시상식에서 대한항공 주장 한선수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KOV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환하게 웃었다. 대한항공이 2022~23시즌 남자배구 역사상 두 번째 트레블(정규리그 1위, 컵대회·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직도 맡고 있기에 노골적으로 좋아하지는 못했지만 터져 나오는 미소를 막을 수는 없었다.

대한항공은 3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2~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 3승제)에서 현대캐피탈을 3연승으로 제압하고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하는 통합우승을 3년 연속 달성했다. 정규시즌에 앞서 전초전으로 열렸던 프로배구컵 대회 우승까지 포함해 트레블(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3년 연속 통합 우승과 트레블 모두 삼성화재에 이어 대한항공이 역대 두 번째로 달성한 타이틀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우승으로 남자 배구의 새로운 왕조 탄생을 확실히 알렸다. 과거 실업배구 시절부터 남자 배구단을 이끌어온 대한항공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삼성화재, 현대캐피탈에 밀려 ‘만년 3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2020년대 들어 대한항공은 절대 강자로 우뚝 섰다. 2016~17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이래 최근 7시즌 중 6번이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2020~21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통합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이 고공비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원태 구단주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 오너 가의 배구 사랑은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부터 조양호 회장을 거쳐 조원태 회장까지 3대에 걸친 깊은 뿌리를 자랑한다. 2010~11시즌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자 조양호 회장이 선수들을 축하하기 위해 총수 일가 모든 가족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사건은 배구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배구사랑 DNA’를 물려받은 조 회장은 단순히 관심을 넘어 한국 배구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하면서 배구단 구단주를 맡은 조 회장은 팀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조 회장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고개 숙였던 대한항공은 2017~18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조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욱 파격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2020~21시즌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을 선임한 것. 남자 프로배구 최초의 외국인 감독이었다. 외국인 감독이 낯선 한국 배구에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붙었지만 대한항공은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국내에서 거둔 성과에만 안주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터. 조 회장은 남자 배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국제적 흐름을 꿰뚫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 회장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산틸리 감독 후임인 틸리카이넨 감독은 기존 국내 배구 틀을 깨고 더 빠르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부임 첫해인 2021~22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잇따라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조 회장은 팀이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시즌 간판세터 한선수에게 보수 총액 10억8000만원이라는 엄청난 계약을 선물했다. 남녀 통틀어 프로배구 총액 보수 기준 최초의 10억원 돌파였다. FA 자격을 획득한 ‘토종에이스’ 정지석과는 역대 FA 최고액인 9억2000만원에 사인했다. 팀의 살림꾼인 곽승석과도 7억1000만원에 계약했다.

대한항공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고 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조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즌 중에도 세 아들과 함께 자주 배구장을 자주 찾았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바쁜 일정을 쪼개 3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관람했다. 심지어 시상식이 끝나고 열린 축승회에도 직접 참석해 선수들과 끝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조 회장은 선수들과 일일이 건배를 나누면서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었는가? 정말 고생 많았다”고 진심어린 칭찬과 감탄을 쏟아냈다. 마치 구단주와 선수가 아닌 동네 형·동생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눴다.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사비를 들여 여자배구 대표팀에 금일봉을 전달하면서 선수들 사기를 끌어 올렸던 회장은 앞으로도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이어간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3년 임기 KOVO 총재직 재신임을 받은 조 회장은 지난 두 번의 임기 동안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V리그를 최고의 인기 겨울스포츠로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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