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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보다 은행 대출금리가 더 싸다"…금리 올려도 기업대출 역대 최대

이윤화 기자I 2022.08.15 05:00:00

올들어 회사채 발행 규모 전년比 14조원 이상 급감
매력 떨어진 회사채 수요 급감, 국채 금리와 격차↑
신용위험 확대, 회사채 투자심리 회복 지연 가능성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무려 1.75%포인트나 올린데다가 향후 추가 긴축을 예고한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은행권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올 들어 71조원 넘게 증가해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 회사채 수요가 대폭 감소하면서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자 기업들은 금리가 더 싼 은행 대출로 몰려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사채 수요 부진에 발행 규모 1년 전 4분의 1로 급감

1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발행된 회사채 규모는 총 51조659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발행액(66조21억원)대비 14조3422억원이나 줄었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회사채 순발행액도 크게 줄었다. 올해 1월부터 8월 12일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은 6조4155억원으로 1년 전(28조2713억원)대비 4분의 1 가량으로 줄었다.

이는 회사채를 사려는 수요는 줄어들면서 채권 금리가 급등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3년물 기준 회사채(AA-)와 국고채 간 금리 차(스프레드)는 지난 6월 0.81%포인트에서 지난달 0.96%포인트로 벌어졌다. 11일 기준으로는 0.99%포인트로 격차를 더 벌렸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지난 7월 시장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9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기존의 회사채 매입과 기업어음(CP) 차환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기간을 2023년 3월 30일까지 일괄적으로 연장하는 동시에 매입 한도 역시 6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단기 신용채 시장의 숨통만 조금 트여줬을 뿐 전반적인 회사채 시장 심리는 여전히 악화일로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대책은 실효성보단 시장 안정감을 주는 정도로 보이고 1~2년 구간의 단기 신용채 시장은 나아졌으나 회사채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채권 운용사쪽에서 단기 매매 차익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물량은 있지만 여전히 회사채 수요 감소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 대신 금리 더 싼 은행 대출에 몰려…회복시기 장담 못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운전자금과 투자자금 등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빌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중 은행권 기업대출은 12조2000억원 늘었다. 1년 전(11조3000억원)보다 많은 것은 물론, 7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올 들어서는 71조7000억원 증가, 전년동기(57조1000억원)보다 26% 급증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은 7월중 5조4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로 커졌다.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회사채 발행 여건 악화에 따른 기업대출 수요 확대 등으로 큰 폭 증가한 것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황영웅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시장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은행권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기업 대출을 늘리려고 노력하면서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기업 대출 금리 이익(메리트)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대출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1일 기준 회사채 AAA 등급 금리는 3.722%, AA 등급 금리는 3.802%이나 은행권 신규대출액 기준 대기업 대출 금리는 6월 기준 3.59%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등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기업 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대기업 등 신용조건이 좋은 기업들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단 점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주요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신용리스크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신용위험이 크지 않다면 금리 메리트를 찾는 흐름으로 반전되겠으나, 지금처럼 유례없이 강한 긴축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하반기 내내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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