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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선후배 배우들이 함께 출연하는 연극 ‘햄릿’이 개막 2주일을 남겨두고 이곳에서 열띤 연습 중이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가 제작하는 이번 ‘햄릿’은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길해연 등 선배 배우들이 조·단역을 맡고 김수현, 박건형, 강필석, 김명기, 이호철, 박지연 등 젊은 후배들이 주요 배역을 맡아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박정자와 함께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인 윤석화, 손숙, 손봉숙이 극 중 유랑극단인 배우 1~4 역을 맡아 색다른 연기 변신에 나선다. 그동안 무대 위에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잠시 접어둔 채 유랑극단으로 변신한 네 배우의 모습은 이번 ‘햄릿’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볼거리 중 하나다.
선배 배우들은 역할의 비중은 크지 않아도 후배들과 함께 어울린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작품을 여느 때보다 더 즐겁게 즐기며 연습 중이다. 손숙은 “대사가 단 일곱 마디라서 연습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젊은 친구들이 연습하는 걸 보며 같이 어울려 즐겁다”고 연습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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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습실에서 두 배우의 연기 대결을 엿볼 수 있었다. 형을 죽였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클로디어스의 독백, 이어 햄릿이 클로디어스를 향해 복수를 결심하는 2막 첫 장면이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온 유인촌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를 지르자 연습실은 이내 적막에 빠졌다. 강필석은 그런 클로디어스를 향해 총을 들이미는 햄릿으로 복수심을 표현했다.
강필석은 “선생님들이 먹을 것도 많이 사줘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육체적으로 힘든 작품이지만 선생님들의 격려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촌은 “같은 역할이라도 후배 배우들의 표현 방식이 또 달라서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계 대표 연출가 손진책이 이번 ‘햄릿’의 연출을 맡는다. 손 연출은 “한국 연극을 지켜온 선배, 동료들과 후배들이 한 자리에 있는 흔치 않은 무대”라며 “연극에 대한 모두의 믿음이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햄릿’은 다음달 13일부터 8월 1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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