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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르고 베끼는' 선심 공약 경쟁, 국민이 우습게 보이나

논설 위원I 2022.01.24 05:00:00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선심 경쟁이 ‘막가파’식으로 흐르고 있다. 한 후보가 퍼주기 공약을 내놓으면 다른 후보가 바로 비슷한 내용으로 받아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특정 집단 대상의 선심 약속을 남발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연말이면 나랏빚이 1075조원까지 급증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1%로 높아져 재정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와 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를 연상케 할 만큼 화려하다. 이 후보는 19~29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의 청년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18세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60~65세에겐 연 120만원씩의 장년수당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문화·예술인에겐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와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등의 공약으로 여러 차례 포퓰리즘 논란을 불렀지만 퍼주기를 업그레이드해 가고 있다.

윤 후보 역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근로소득세 본인 기본 공제액을 1인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고 부양가족 연령을 20세 이하에서 25세 이하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가상자산 투자수익은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그러자 이 후보도 바로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손실액은 5년까지 이월공제해 주겠다고 말했다. 베끼기는 물론 ‘묻고 더블로’식의 지르기 경쟁이다. 두 후보는 병사월급 200만원까지 인상, 부동산 보유세 완화 등 굵직한 이슈마다 유사 선심 공세로 표심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생관련 공약이 일정 부분 닮아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재원이다. 눈덩이 국가채무에다 고령화· 저출산 및 잠재성장률 하락까지 겹치면서 나라 경제의 내일이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선심 공약을 남발한다는 것은 몰염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부를 수도 있다. 정부가 14조원의 1월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하자 후보들은 35조원으로 더 늘리라며 압박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나라 곳간은 어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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