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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1250도 견뎌내고 이제 '한몸'…이영화 '조각보와 달항아리'

오현주 기자I 2022.01.16 03:30:01

2021년 작
도자기판 캔버스 삼아 전통 이미지 올려
융합 어려운 다른 유약 겹쳐 바르는 기법
'납작 평면'에 새긴듯 박힌 '볼록 입체감'

이영화 ‘조각보와 달항아리’(사진=C&S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탁 트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내걸린 게 셋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중 하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놓인’ 거지만, 셋 모두가 뭉뚱그려져 하나처럼 보이는 거다. 내걸린 건 조각보와 매듭이고, 놓인 건 달항아리다. 그런데 그저 말간 하늘에 던져놓는 것으로 마무리해도 됐을 달항아리를 굳이 거친 땅에 걸쳐둔 건 왜일까.

작가 이영화는 도자회화를 한다. 동그란 도자기판을 캔버스 삼아 전통 이미지를 차분히 올리고 1250℃ 고온에 구워 완성하는 작업이다. ‘조각보와 달항아리’(2021) 외에도 방석·꽃신·손가방·문살·다듬잇돌 등 전통적 테마·문양을 아낌없이 들여 그림을 완성한다. 납작한 평면이지만 볼록한 입체감이 도드라진 건 이들 소재에 대한 기대감 덕이기도 하다.

굳이 예전 작업과 달라진 점이라면 ‘이종시유 기법’이랄까. 융합이 어려운 다른 종류의 유약을 겹쳐 바르는 방식이란다. 맑은 하늘과 대비되는 탁한 땅은 그렇게 다져졌다. 기법의 결합, 오브제의 결합, 물성의 결합 등등, 성질·개성이 제각각인 세상은 그렇게 한몸이 됐다.

16일까지 경기 의왕시 학현로134 C&S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조화로운 삶을 묻다’에서 볼 수 있다. “갈수록 틈이 벌어지는 양극화 시대, 빠른 변화가 미덕인 시대에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삶을 내보이려” 했단다. 실크백자 1250℃ 산화소성. 31×31㎝. 작가 소장. C&S갤러리 제공.

이영화 ‘규방’(2021), 실크백자 1250℃ 산화소성, 31×31㎝(사진=C&S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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