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투자자가 이렇게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등록 요건이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1월 모험 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전문 투자자 등록 요건을 완화했다. 기존에는 금융 투자 상품 잔액이 5억 원 이상이고 소득이 1억 원 또는 순자산이 10억 원 이상이면 전문 투자자로 등록이 가능했으나 잔액 요건을 5000만원으로 낮추고 소득 1억 5000만원 또는 순자산 5억 원 이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고위험 투자를 감내할 능력이 있는 전문투자자들을 늘려 혁신기업으로 자금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전문 투자자로 등록하면 레버리지 효과가 큰 CFD 거래가 가능해진다. 사모펀드 가입 시 최소 투자 금액 요건인 3억 원 이상도 적용받지 않는다.
최근 증권사들은 전문 투자자 등록을 유도하는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로 신규 등록을 하면 현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는가 하면 일부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먼저 전문투자자 등록의 장점이 무엇인지 홍보를 펼치고도 있다.
물론 전문투자자는 일정 자격을 갖춘 만큼, 일반 개인투자자보다는 금융투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홍보·마케팅이 개인투자자들을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사각지대’로 유인할 수 있다는 우려도 피할 수 없다. 전문 투자자로 등록하면 금소법에서 적합성·적정성 원칙과 설명 의무 등의 일반 투자자 대상 보호 규제를 받지 못한다.
금소법은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드러났듯 금융투자업계에 만연했던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발효돼 6개월간의 계류기간을 마치고 9월 25일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소법 이후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상품을 팔기 어려워졌고, 큰 손들이 이탈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문투자자를 모집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전문투자자가 되면 금소법에 대한 부담도 줄어드는데다 전문투자자 가입상품은 대체로 수수료가 높다 보니 증권사로선 아쉬울 게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