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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애의 씨네룩]영혼(SOUL)이 전하는 '일상의 행복'

박미애 기자I 2021.01.20 06:00:00

씨네LOOK...디즈니·픽사 '소울'
'인사이드 아웃'→'소울' 이어지는 내면 세계 여행
코로나19로 일상 무너진 지금 필요한 이야기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가 어제 죽은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소포클레스의 말처럼, 우리의 하루 또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들려주는 영화가 있다. 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이다.

‘소울’은 뉴욕의 한 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던 조가 꿈의 무대에 서게 된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는 조는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서는 길에서 도망치고,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통행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는 통행증을 얻기 위해 태어나기 전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지구에 조금도 관심 없는 영혼 22는 대단찮은 인생에도 어떻게든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그의 계획을 돕는다.

인상적인 대목은 조와 영혼 22가 얼떨결에 고양이와 조의 몸에 들어가 지구에서 잠깐동안 보내는 시간이다. 조는 영혼 22가 깃든 자신을 지켜보며 꿈을 좇느라 미처 살피지 못했던 일상들을 마주한다. 영혼 22는 조의 몸의 통해 처음 알게 되는 감정들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두 영혼은 새로운 몸에서 새로운 자극에 눈뜨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소울’은 디즈니·픽사가 과거 선보인 ‘인사이드 아웃’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인사이드 아웃’이 감정으로 순수했던 시절로의 추억여행을 선사했다면 ‘소울’은 영혼으로 또 한번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써 행복의 의미를 묻는다.

최근 몇 년 간 카르페디엠·욜로·소확행·플렉스 등의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 장기적 불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확대 속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단어들이다. ‘현재를 즐겨라’란 뜻의 카르페디엠, ‘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라’는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확행, ‘과시하다’의 플렉스 등은 의미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멀리 있는 막연한 행복이 아닌 가까이 있는 확실한 행복을 잡으라는 것. 그 행복은 내일도 모레도 그 이후도 아닌 바로 오늘 살아있는 매 순간에 있다.

불행히도 우리는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이 알게 된다. 그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요즘이다. 식당에서 누군가와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즐거움이, 극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와 하나의 화면을 보면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즐거움이 사실은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진 요즘, ‘소울’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와닿는다.

별점 ★★★★(★ 5개 만점, ☆ 1개 반점). 감독 피트 닥터. 러닝타임 107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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