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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실제사건은 더 영화같아…응원에 큰힘"[인터뷰]

박미애 기자I 2021.08.11 06:00:00

‘모가디슈’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 인터뷰
코로나·올림픽 딛고 입소문에 200만 향해 질주
“실제 사건이 더 영화 같아…‘뺄셈’에 집중”
“봉준호 감독, ‘헌책방 매드맥스’라고”

류승완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이런 시국에 극장에 와주시는 것도 용기를 낸 거라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의 응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코로나19와 올림픽이라는 불리한 여건을 딛고 2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는 영화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인터뷰에 나선 배경이다.

류승완 감독은 10일 오전 화상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극장 상황도 그렇고 올림픽까지 겹쳐서 제가 처음 영화를 시작했던 1990년대 초중반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며 “응원에 힘입어 기적같이 가고 있는데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모가디슈’는 개봉 직후의 우려와 다르게 1주차 평일보다 2주차 평일에, 토요일보다 일요일에 이례적으로 더 많은 관객을 모으며 10일까지 186만명을 모았다. 영화는 관객의 힘으로 어느 덧 200만명 돌파를 앞뒀다. 류승완 감독이 차기작 ‘밀수’ 촬영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마련한 데에는 감사한 마음이 커서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발생한 내전을 피해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 남북 대사관의 실제 사건에서 출발했다. 영화의 주요한 흥행 동력이며,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한 이유다. 그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너무나 극적인 상황에 한순간에 꽂혔다”며 “판권이 덱스터(스튜디오)에 있었는데, 기막힌 타이밍에 덱스터에서 연출 제안을 해줬고, 우리 영화에서 한 번도 구현되지 못했던 상황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은 당시 상황과 관련한 많은 자료를 훑으며 ‘덧셈’보다 ‘뺄셈’에 집중했다. 그는 “내전이 시작돼서 반군이 시체로 바리케이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나, 북한 대사관이 여덟 차례 습격을 당했다는 것 등등 제 상상을 뛰어넘는 기록들이 많았다”며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중요했고, 그것을 위해 여러 가지 사실들을 나열하기보다는 덜어내는 데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모가디슈’는 탈출극을 큰 줄기로 남북관계를 그리고 있지만, 지금껏 남북관계를 소재로 삼은 많은 영화들과 달리 담백하게 접근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류승완 감독은 “극적인 상황일수록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돌이켜보면 제가 좋아했던 영화들이 그랬다. 흥분하지 않고 좋아했던 것들에 집중하며 만들다 보니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모가디슈’는 250억원이 아깝지 않은 웰메이드 영화로 호평이 자자하다. 특히 후반 30분의 카체이싱 액션은 장르 영화의 대가 류승완 감독의 장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으로 해외 언론에서는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에 견주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본 봉준호 감독은 ‘헌책방 매드맥스’라고 표현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스턴트 팀원들이 너무 고생했다. 영업비밀이라 다 말할 수 없지만 열심히 해보니 못할 건 없더라”고 웃었다. 덧붙여 영화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공동도주구역모가디슈’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류승완 감독이 영화에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장면이 있다. 영화 중반 한신성 대사(김윤석 분)가 림용수 대사(허준호 분)와 외교 관련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살다 보니 진실이 두 가지가 있을 때도 있습디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해명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사실과 부딪쳐서 생기는 두 개의 진실이 있지 않나. 의외로 그런 일이 자주 있다”며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고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은 “노력한 만큼 결과물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이 좋다. 힘이 된다”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지금 상황이 되게 어색한데 다음 영화로 만날 때에는 코로나를 잘 이겨내서 차라도 같이 하며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모가디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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