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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남자의 ‘만나자’ 연락…알고보니 아파트관리실 직원

김소정 기자I 2021.05.09 00:01:58

아파트 관리실 직원의 사적 연락, 처벌 가능할까?
변호사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 취득..형사처벌 가능”
수험생에 "마음에 든다" 연락한 수능감독관 ‘유죄’ 판결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에는 ‘늘 지켜봤는데 마음에 들어서 연락했다, 만나자’라고 적혀 있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알고 보니 문자메시지를 보낸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었다. 이 직원은 아파트 입주자 명부에 기재된 번호를 통해 A씨에게 연락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라고 해도 입주민 연락처를 마음대로 봐도 되느냐”며 “설령 번호를 알게 됐다고 해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해도 되는 건지, 법적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상 변호사는 7일 YTN라디오 ‘양소영의 상담소’에 출연해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 업무상 개인정보를 접할 수는 있다”면서도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업무상 접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보법 위반여부가 문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실 직원이 ‘개인정보처리자’라면 처벌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는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개인정보처리자는 업무상 목적이 있어야 하고 개인정보파일, 개인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나 엑셀파일 등을 관리하는 자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더라도 처벌되는 경우도 있다.

이 변호사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는 행위,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 정당한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훼손하거나 유출하는 행위, 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그 목적 범위를 넘어서서 이용하는 행위 등은 반드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고 개인이어도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A씨 사건에 대해 이 변호사는 “관리실 직원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개인적인 용도로 연락한 경우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행위로 보거나 관리사무소로부터 제공 받은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해서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비슷한 사례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18년 수능감독관 B씨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실시한 수능시험장에서 수험표를 통해 수험생 C씨의 전화번호를 알게 됐다.

며칠 후 B씨는 C씨를 카카오톡 친구로 추가한 뒤 “사실 마음에 들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B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인정보보호법 19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를 제공 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선 안 된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A씨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해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하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B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은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취지는 물론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목적까지 저해하는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며 “물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개인정보 보호법 제1조의 입법목적에 비춰 개인정보보호에 틈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 원칙”이라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A씨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 기존의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B씨는 수사 중에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변호사 상담을 받은 결과 무고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고소 취하를 종용했다.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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