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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오를 일만 남았다…한은에 견제구 던진 홍남기

이윤화 기자I 2021.04.29 00:00:00

3월 대선 이후 이주열 총재 임기 종료..남은 금통위는 7번
가계부채 증가세, 경기회복 빨라..연내 소수의견 전망 커져
17·18대 대선 전 금리 조정 사례 있지만 코로나 변수 잔존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고유권한인 금리 결정을 두고 던진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생각보다 빠른 경제회복 속도 이주열 총재 임기만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 등의 변수로 한은이 금리인상을 앞당길 가능성이 커져서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대선 이후 3월 말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종료된다. 임명직으로 결정되는 총재 자리가 공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임 대통령 취임(5월 10일) 직후인 5월 12일에는 매파 성향이 강한 임지원 금통위 위원의 임기도 끝난다. 이런 대외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이 이 총재의 임기 만료 전 통화정책 방향을 바꿀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올해 5월, 7월, 8월, 10월, 11월 4차례와 내년 1월, 2월 금통위가 전부다. 당초 예상보다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대선과 총재 임기 종료 맞물려..경기 회복 속도 예상보다 빨라

한은이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0%로 7번째(11개월) 동결했지만 회의 결과는 시장의 기대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성향을 보였다. 이 총재도 지난달 들어 수출뿐만 아니라 소비심리지표와 고용 개선 움직임까지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아직 커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경기는 글로벌 경제의 빠른 회복 흐름 속에 수출을 중심으로 강한 회복신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올해 평균 6%대 성장이 예견된 가운데 미국, 중국 등 우리나라 수출 40% 차지하는 나라들은 6.4%, 8.4% 성장(IMF 전망)이 기대된다. 국내 경제도 고용지표는 민간 일자리 개선 등이 아직 부족한 상황이지만 수출은 5개월 연속 플러스, 일평균 수출액 기준 6개월 연속 증가, 1분기(1465억달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개선 흐름이 뚜렷해졌다.

시장에서는 연내 동결이 우세하지만 연내 인상 전망도 나온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소수 의견제시나 기준금리 인상 등 정책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왔다.

수치상으론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있는 올해 경기가 가장 큰 반등세 보일 것이란 전망도 연내 통화 긴축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 증권사의 채권 연구원은 “‘선제적 인상 vs 경기회복 지원’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한은이 선제적 인상을 하려면 백신 보급, 민간소비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 정당성이 확보돼야 할 것 같다”면서도 “올해, 내년, 내후년으로 장기적 시계열을 놓고 보면 미국 덕분에 수출은 양호하겠지만 미중갈등이 심해지면서 회복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민간소비 개선이 국내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개선되는 모양새를 연내에 보인다면 연말께 인상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말했다. .

2000년대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과거 금리 조정 사례도..“선거 앞두고 정치권 ‘훈수’ 많아질 것”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훈수’를 두려는 한은 밖 인사들의 입김도 세지고 있어 한은의 금리 결정 셈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한은의 기준 금리 인상을 경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가계부채 누증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원론적 발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부채문제는 금리 인상 근거가 될 수도, 인하나 동결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다. 한국은행법 제3조(한국은행의 중립성)에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중립적으로 수립되고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여야 하며, 한국은행의 자주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한은의 중립성 보장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는 여권이나 정부의 상황에 맞춰 한은을 압박해왔다. 실제로 한은이 통화정책수단을 콜금리(현 기준금리)로 바꾼 지난 1999년 이후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조정한 사례가 여럿 있다.

이명박 정부가 탄생한 17대 대선(2007년 12월 19일) 약 4개월 전인 2007년 8월 9일 한은은 기준 금리를 연 4.75%에서 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지난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약 2개월 전인 2012년 10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연 2.75%로 조정한 적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정권 교체보다는 민간소비 회복, 코로나19 진정세 등 경기 지표를 보고 금리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권의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금통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시기로 경제가 성장하는 방향은 뚜렷하나 고용 등의 완전한 회복은 시간이 걸리는 과도기에 놓여있는 만큼 금리 결정이 시장이나 경제주체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면서 “한은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통화정책을 보장하기 위해 금통위라는 별도의 기구를 만든 것이다. 한은도 외부에서 지적하는 사안들을 다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이 금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율이 필요하다면 실무자들끼리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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