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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맹 맺는 엔터社 속내는?…"'경영' 보장 받는 합리적 동거"

김보영 기자I 2020.08.05 05:30:30

[IT기업과 손 잡는 엔터, 지형도 바꾼다]②
합병에도 매니지먼트 업무 등 대표 경영권 보장
새 마케팅 콘텐츠 판로 확보 수월 "손해 없는 장사"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IT업계와 대형 엔터 기획사들과의 연합전선이 자주 포착되는 것은 이들과의 혈맹이 엔터사들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엔터사들은 지분 매각을 통한 합병 방식으로 IT 업체들과 동맹을 맺는다. 언뜻 보면 ‘회사를 IT업체에 판다’는 모양새로 비친다. 수년 간 노력을 쏟아 운영해 온 회사와 소속 연예인들을 단순히 ‘자본력’을 이유로 거대 기업에 돈을 받고 넘기는 형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IT기업과의 동맹을 잇달아 성사하는 것은 엔터사 대표의 경영권과 회사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형태로 합병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카카오M이 인수한 BH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이병헌, 매니지먼트 숲 소속 배우 최우식 서현진 공유, 가수 아이유, 카카오M 로고. (사진=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이담엔터테인먼트, 카카오M)
엔터사들은 기존의 경영권과 의사결정 지위가 크게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IT 기업의 자본과 플랫폼 영향력을 등에 업은 채로 스타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동맹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터사들로서는 소속 배우, 가수, 제작자들의 콘텐츠를 TV 외에도 안정적으로 내보낼 수 있는 신뢰성 높은 플랫폼이 풍성히 확보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것”이라며 “요즘은 오히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OTT 등 다른 플랫폼들이 기존의 TV 방송이 건드리지 못했던 마케팅 효과를 내주고 있기도 하다. 엔터사들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IT기업과 손을 잡으면 해당 플랫폼들에 수월히 진입해 정착할 수 있고 마케팅을 위한 선택지들이 훨씬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은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이병헌·공유·김태리 등 스타 배우들이 소속된 엔터사들과 잇달아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현재 카카오M에 인수된 엔터사는 이병헌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 공유가 속한 매니지먼트 숲, 김태리가 있는 제이와이드 컴퍼니 등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을 비롯해 아이유가 속한 이담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가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음악 레이블과 영화 제작사 사나이픽쳐스, 공연 기획사 쇼노트 등 17곳이다.

2017년 네이버가 1000억원 규모 지분 인수를 진행한 YG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사업에서 네이버와 전방위 협력 중이다. YG 자회사 YG플러스는 네이버뮤직 서비스 운영 대행부터 네이버가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음악 서비스인 ‘바이브’의 음원 콘텐츠 공급과 서비스 운영 전반까지 책임진다.

2018년 4월 게임회사 넷마블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 규모를 투자, 지분 25.71%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넷마블은 ‘BTS 월드’ 등 방탄소년단 IP(지식재산)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배급 중이다.

소속 연예인 육성 및 매니지먼트 업무 등 기존 엔터사들이 영위하던 직접 실무와 경영 권리는 그대로 엔터사 대표 측에 맡기는 등 경영권을 보장한다. 인수된 각 레이블, 기획사별 정체성과 색깔, 업무 특성이 제각각인 만큼 여러 회사들을 하나의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통솔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니저와 스타의 끈끈한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거대 기업이 취하고 있는 복잡한 매뉴얼과 결재 구조를 시시각각 지형이 변하는 엔터 시장에 일괄 적용시키기가 무리라는 판단도 따른다. 여기엔 이미 일부 거대 기업들이 십수 년 전 인수 합병을 통해 여러 차례 직접 매니지먼트 경영을 시도했다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시행착오들도 깔려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IT기업과 엔터사 모두 ‘콘텐츠’라는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IT가 가진 플랫폼 자본, 엔터사가 지닌 인적 자본을 결집해 그룹을 결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며 “더군다나 엔터사들은 콘텐츠 구성원을 뛰어넘어 자신들이 콘텐츠 중심이 되길 바라고 있다. IT기업에 지분을 넘겨주지만 기존 엔터사 대표가 갖고 있던 경영권을 보장하고 오히려 구성원일 때 관여할 수 없던 콘텐츠 기획, 유통과정에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할 수 있으니 절호의 기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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