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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심폐소생]① '미니시리즈=10시' 전통 깬 KBS… 변해야 산다

김보영 기자I 2020.07.10 00:00:20

편성시간 자존심 버린 지상파
MBC '꼰대인턴' 시청률 7% 돌파
SBS '김사부2'부터 9시대 편성 변화
10시대 고수하던 KBS도 이달부터 변경
주52시간제 안착에 방영시간 변화 실험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트렌디한 미니시리즈가 방송되던 평일 오후 10시가 ‘안방극장의 황금시간대’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간 오후 10시 드라마 편성을 고수해왔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제히 편성 시간을 오후 9시대로 앞당겼다. 유일하게 평일 오후 10시 편성을 유지하고 있던 KBS마저 이달부터 편성 시간을 변경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이어 코로나19 타격으로 사상 최대 적자 위기를 맞은 지상파 방송 3사 KBS· MBC·SBS가 적극적인 변신에 나서고 있다. 사활을 건 변신에 방송 3사는 ‘지상파’로서 유지해온 자존심까지 버린 분위기다. 이 같은 시도가 방송가 경쟁구도와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KBS2 ‘그놈이 그놈이다’와 ‘출사표’(사진=KBS)
◇‘9시 드라마’ 실험에 KBS까지 탑승

KBS는 이달 1일 첫 방송인 수목극 ‘출사표’와 6일 첫 방송인 월화극 ‘그놈이 그놈이다’를 시작으로 드라마 편성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 30분으로 변경했다. KBS는 이에 대해 “주 52시간제 안착에 걸맞게 변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KBS 드라마들이 전부 처참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무관하지 않은 조치로 여긴다. 올해 초 KBS2 수목극 ‘어서와’는 첫회 최고 시청률(3.6%) 기록 이후 나락을 걷다가 지상파 최초 0%대 시청률을 받은 드라마로 오명을 남겼다. 신하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혼수선공’마저 최저 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2%대를 겨우 유지한 채 막을 내렸다.

MBC와 SBS는 이에 앞서 변화를 수용했다. 지난해 말 지상파에서 가장 먼저 오후 9시 드라마 시대(월화극 오후 9시 30분, 수목극 오후 8시 55분)를 열었던 MBC는 편성 시간 조정으로 잠깐 재미를 봤다. 지난해 방영됐던 ‘신입사관 구해령’ 이후 줄곧 5%를 넘지 못했던 MBC 드라마가 수목극 ‘꼰대인턴’으로 처음 5% 구간을 돌파, 최고 7%까지 넘기며 ‘MBC의 희망’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SBS도 올해 초 ‘낭만닥터 김사부2’부터 기존의 10시에서 20분 앞당긴 오후 9시 40분 편성 기조를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지상파들이) 9시 시간대를 선점한 뒤 히트작들을 쏟아내며 시청자들을 흡수한 종편 JTBC, 케이블 tvN을 견제하기 위해 편성 전략을 펼치는 중”이라며 “지상파로서는 플랫폼 다양화, 시청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다변화로 시청 행태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시청자를 잡고 심폐소생해 보려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분석했다.

MBC ‘꼰대인턴’(사진=MBC)
◇현장공개, 스페셜 편성?→“결론은 콘텐츠”

침체된 드라마 시장을 띄우려는 지상파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년 간 자취를 감췄던 드라마 현장 공개가 다시 생겨나는가 하면 스페셜 방송 긴급 편성, MD 판매, 유명 유튜버와의 협업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MBC ‘꼰대인턴’은 첫 회 시청률이 6.5%로 올해 방영된 자사 수목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자, 분위기 상승 및 화제성 유지를 위해 언론 현장 공개와 특별 편성을 마련했다. 극 중 준수식품의 라면 상품인 ‘핫닭면’을 MD로 만들어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는가 하면, 주인공 가열찬(박해진 분)이 개발한 ‘꼰대라떼’ 메뉴를 카페 프랜차이즈 탐앤탐스에서 맛볼 수 있게 해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를 높였다. ‘돈 되는 건 다 해본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KBS는 의학 힐링드라마 ‘영혼수선공’ 홍보를 위해 구독자 60만명의 인기 유튜버 ‘닥터프렌즈’와 협업, 배우들이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막을 내린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극의 중심이 된 평행세계 세계관이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긴급 스페셜 방송 ‘더 킹 스페셜 : 당신도 혹시 대한제국 사람?’을 편성, 평행세계 설정과 인물 관계를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격 편성 및 홍보 전략만으로 고전 중인 지상파 드라마를 심폐소생하는 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시청자의 패턴을 이해하고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융통성 있는 전략 변화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살아남는 건 질 좋은 콘텐츠”라며 “콘텐츠 자체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전략, 전술은 공허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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