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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화푯값 500원 내리려다 잃을 것들

김보영 기자I 2024.03.29 06:00:00
서울의 한 극장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의 유일한 재원이던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이 정부 발표로 시행 17년 만에 폐지 수순을 걷자 영화계 안팎에선 우려가 많다. 영화발전기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가 사업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주된 예산이다. 정부는 부담금은 폐지해도 국고 지원 등을 통해 영발기금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함께 강조했다. 그럼에도 기존 영발기금 운영에 입장권 부담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왔던 만큼, 업계에선 그 공백을 국고가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다. 이번 발표가 좀 더 시간을 두거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응도 관측된다.

영발기금은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정책과 함께 2007년 처음 생겼다. 국민이 낸 영화관 티켓가격에서 3%를 징수한 입장권 부담금은 영발기금의 중요한 재원이었다. 지난 17년간 신인 창작자의 육성부터 독립·예술영화 지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지원한 주요 예산이었다.

부담금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시적(7년)으로 징수하는 기금으로 출발했으나, 2014년과 2021년 두 차례 기간을 연장해 사실상 상시 기금으로 굳어지며 세금의 성격이 강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관람객 대신 부담금을 내는 극장과 제작사의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영화계 인사들이 부담금 유지를 주장했던 건 오늘날 K무비의 세계화에 영발기금이 기여한 바가 컸기 때문. 이에 부담금의 폐지를 곧 영발기금을 없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3년간 영진위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된 영화계의 불안은 더 커졌다. 이런 업계의 고민을 정부가 좀 더 헤아린 뒤 정책을 시행했어도 늦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제기되는 이유다.

내년부터 어떻게 영발기금을 채워나갈 것인지, 정부안처럼 높아진 국고 의존도에 영진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지는 않을지 비관론이 많다. 이 우려를 불식하려면 영화계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환심을 사려 무리수를 던진 ‘선거용 정책’이란 빈축을 사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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