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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2,1 카운트다운'...시범경기부터 큰 변수로 떠오른 피치클록

이석무 기자I 2024.03.11 00:00:00
10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대 NC다이노스 시범 경기. 경기장에 투구 또는 타격 준비 과정에서 제한 시간을 두는 피치 클록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케이티위즈파크 외야 전광판 밑에 설치된 피치 클록, 사진=KT위즈
피치 클록을 켜고 훈련 중인 두산베어스 투수들. 사진=두산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5, 4, 3, 2, 1’

대형 초시계 숫자가 줄어들 때마다 관중들이 함께 카운트다운을 한다. 투수가 제 시간 안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야유가 나온다. 2024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지난 9일 막을 올린 가운데 피치 클록이 가져온 새로운 야구장 풍경이다.

피치 클록은 투구 또는 타격 준비 과정에 제한 시간을 두는 규정이다. 피치 클록 규정에 따르면 투수는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는 18초 안에 투구해야 한다. 타자는 8초가 표기된 시점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피치 클록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과 더불어 올 시즌 KBO가 새롭게 도입한 가장 큰 변화다. 카메라와 컴퓨터로 공의 위치를 파악해 스트라이크-볼을 자동으로 판독하는 ABS는 우려와 달리 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 현장에서도 만족하는 목소리가 높다.

피치 클록은 예상보다 파장이 크다. KBO 사무국은 올해 전반기까지는 피치 클록을 시범 운영한다. 이후 후반기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피치 클록을 어겼다고 해서 페널티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심판은 구두 경고만 준다.

하지만 시범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이미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 구장에는 선수가 ‘초읽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형 초시계가 이미 설치됐다. 초시계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의식한 투수가 급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도 종종 나왔다.

관중들도 이 초시계를 볼 수 있다. 심지어 관중들이 상대 팀 투수를 압박하기 위해 카운트다운을 할 정도다. 피치 클록에 적응이 덜 된 선수들 입장에선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KBO에 따르면 시범경기 첫 날인 9일에만 피치 클록 위반 사례가 39차례나 나왔다. 그중 투수가 위반한 것은 14차례였다. 8초가 표기된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해야 하는 타자는 25회 위반 사례가 있었다.

피치 클록에 대한 현장 반응은 엇갈린다. 이강철 KT위즈 감독은 시즌 도중 갑자기 피치 클록이 도입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그는 “괜히 선수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며 “피치 클록을 아마 올해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차피 할 수 없다면 시범경기 때만 시범 운영하고 정규시즌에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 팀은 투수들에게 피치 클록을 신경 쓰지 말고 평소대로 던지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치 클록에 신경 써 급하게 던지다 리듬이 무너지면 제구가 흔들리고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반면 염경엽 LG트윈스 감독은 피치 클록 도입에 긍정적이다. 그는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선수들에게 최대한 피치 클록을 지키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피치 클록은 언젠가는 정식 도입되는 만큼 비시즌 기간 이를 준비했다”며 “리그 발전과 선수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시범경기부터 피치 클록 규정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피치 클록이 도입 의도인 경기 시간 단축에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 개막전이 열린 9일 열린 5경기 평균 시간은 2시간 44분이었다.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시간인 2시간 58분보다 14분이나 빨라졌다.

참고로 지난해 피치 클록을 도입한 미국프로야구(MLB)는 경기 시간 단축 효과가 뚜렷했다. 2022년 경기당 3시간4분이던 평균 경기 시간이 지난해 2시간40분으로 24분이나 줄었다. MLB는 앞으로 평균 경기 시간을 2시간 30분대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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