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산다면 저 호랑이 1·2호처럼…안윤모 '산책'

오현주 기자I 2022.01.02 03:30:00

2021년 작
작가 메신저 부엉이 대신 나온 '호랑이들'
동물 등장시켜 세련된 우화 풀어낸 방식에
까치호랑이 등 전통민화 현대적으로 해석

안윤모 ‘산책’(사진=청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부엉이가 호랑이 친구를 불렀나. 아끼던 책도 쥐여줬나 보다. 딱 마주쳤을 화가의 눈길에 ‘놀란 토끼눈’이 된 호랑이 1호와 나무 뒤에 몸부터 감춘 ‘수줍음이 또 토끼 같은’ 호랑이 2호다.

작가 안윤모(59)의 메신저라 할 부엉이 대신 호랑이들이 새해인사라도 나온 건가. 부엉이가 늘 해오던 생각과 행태, 관심과 철학, 일과 놀이를 입은 호랑이의 등장은 참신함을 넘어 즐거움까지 기꺼이 내준다.

작가는 ‘사람탈’을 씌운 동물을 등장시켜 세련된 우화를 풀어왔다. 행간을 챙겨야 할 교훈이라기보다 눈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한, 따뜻하고 위트있는 제안이 대부분이다.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삶을 동경하는 동물이 아닌, 저이들처럼 산다면 사람 사는 삶도 퍽 괜찮을 거란 역제안이다.

“조선의 호랑이그림이 그 시대 희로애락의 해학적 표현이었다면 내 호랑이그림은 희락의 해학적 표현”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새해에도 여전히 바빠야 하는 사람들에게 잠시 여유란 걸 안기고 싶었다는 거다.

눈 오는 날 숲길을 걷는 ‘산책’(2021), 그 길에 동행이 있다. 까치다. 전통민화에 늘 함께 나오는 ‘까치호랑이’를 안윤모식으로 옮겨낸 거다.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로147길 청화랑서 여는 개인전 ‘호랑이의 세상 밖 외출’에서 볼 수 있다. 임인년 ‘호랑이해’ 기념 세화전으로 꾸렸다. 캔버스에 아크릴. 24×33㎝. 작가 소장. 청화랑 제공.

안윤모 ‘희망낚기’(2021), 캔버스에 아크릴, 60×72㎝(사진=청화랑)
안윤모 ‘유채꽃 밭’(2021), 캔버스에 아크릴, 45×53㎝(사진=청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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