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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에게 레슬매니아란? "뜨거운 축제이자 책임감이죠"(인터뷰)

이석무 기자I 2021.04.10 06:00:00
2019년 레슬매니아 현지 생중계 당시 정찬우 아나운서.
2019년 미국 뉴욕에서 WWE 레전드인 커트 앵글과 인터뷰를 갖는 정찬우 아나운서.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스포츠전문채널 IB스포츠에서 활동 중인 정찬우(41) 아나운서는 2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자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중계 캐스터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일본 야구, 프로축구, 해외축구 등은 물론 댄스스포츠, 당구, 골프까지 그가 다루지 않은 종목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국내에서 방송되는 WWE 프로레슬링은 정찬우 아나운서에게 있어 방송 경력의 중심을 관통하는 콘텐츠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처음 WWE 방송이 시작된 이래 그는 꾸준히 중계석을 지켜왔다. 국내 WWE 시청자들에겐 ‘정찬우=WWE’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열성팬들은 ‘빛찬우’라는 별명을 선물할 정도로 그를 뜨겁게 지지하고 있다.

IB스포츠는 4월 11일(일)과 12일(월), 이틀에 걸쳐 WWE의 최고 이벤트인 ‘레슬매니아 37(WrestleMania 37)’을 오전 9시부터 독점 위성 생중계한다. 이번 레슬매니아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위치한 레이몬드 제임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정찬우 아나운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레슬매니아 중계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미국 현지서 레슬매니아를 생중계 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지 생중계는 무산됐지만 현지 중계 경험을 살려 국내에서 최대한 현장 분위기를 전달한다는 각오다.

정찬우 아나운서는 레슬매니아 중계를 앞두고 팬들에게 “WWE는 정말 재밌는 콘텐츠고 즐길 거리가 많지만, 대중의 관심이 폭넓게 닿질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중계진으로서 아쉬운 마음입니다”라며 “이벤트가 열릴 때 영화나 드라마 보듯이 가족이나 친구끼리 같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즐긴다면 모두에게 큰 응원과 힘이 될 것입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WWE를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중계방송하고 있는 캐스터로서 매 방송 때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라며 “비록 코로나19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장에서 생중계를 보내드리지 못하게 됐지만, 중계진의 에너지로 재미를 채워 드리겠습니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한국 최고의 스포츠 전문 캐스터인 정찬우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이다.

-오랫동안 WWE를 중계를 했고 올해도 레슬매니아를 이틀 동안 중계하게 됐다. 이번이 몇 번째 레슬매니아 중계인가.

△15년 정도 WWE 중계를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레슬매니아 중계는 약 10번 정도 경험을 했습니다.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일반 스포츠와 WWE 중계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WWE는 아무래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영역이다 보니 중계진이 보여줄 수 있는 방송 스타일의 자유로움이 매우 큽니다. 선수들의 동작과 승부에 대한 표현도 좀 더 예능 느낌으로 할 수 있죠. 더불어 중계진의 캐릭터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입힐 수 있어 매우 재미있게 중계방송에 임하고 있습니다.

- 레슬매니아 현장 생중계도 여러 차례 했다. 언제 현장 생중계를 진행했나.

△처음 현장 경험을 한 것은 2015년 레슬매니아 31이었는데 아쉽게도 현장 녹음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녹화 중계만 가능하던 시기여서 영상물을 찍은 뒤 국내에 들어와서 재제작 했던 기억이 납니다. 생방송 중계가 가능해진 2018년 이후 당해 서머슬램을 현장 생중계했고, 마침내 2019년 레슬매니아 35를 뉴욕 현지에서 생중계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생중계를 진행할 때와 현지에서 생중계를 하는 것은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 소감을 전한다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습니다. 여행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과 직접 여행을 가는 차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레슬매니아가 벌어지는 현지는 말 그대로 축제의 장소입니다. 일주일 내내 해당 지역에서 각종 레슬링 이벤트가 펼쳐지고 수퍼스타들의 인터뷰, 리셉션, 파티,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열립니다. 경기장 주위 거리를 다니면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 활보하는 일반 시민들을 흔하게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레슬매니아 생중계를 직접 경험하면 WWE라는 단체가 얼마나 거대한지, 프로레슬링 업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생중계하면서 현장 스태프들과 인터내셔널 미디어 팀을 접촉하는 경험입니다. 한국에서는 늘 익숙한 소수의 제작진들 함께하다가 현지에 가면 나와 같은 일을 하는 타국의 중계진과 소통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중국, 인도, 일본, 브라질, 포르투갈 중계진들과 함께 준비하고 함께 방송하는 경험을 통해 이 거대한 쇼에 우리가 한국을 대표해 참여한다는 책임감과 인터내셔널 중계팀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느낀 레슬매니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중계테이블 박살 났던 장면은 보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웃음), 5시간이 넘는 중계가 끝나자마자 화장실이 급해 복도로 내려갔는데 막 메인이벤트를 끝낸 론다 로우지가 백스테이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만나는 모습을 봤습니다. 주위에 론다의 지인들도 많았는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으면서 남편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일단 부부 금슬이 엄청 좋다는 걸 느꼈죠. 뽀뽀를 제가 지나가는 5초 동안에만 19번은 하는듯 했습니다(웃음).

더불어 링 위에서는 엄청난 투지를 발산했던 론다 로우지라는 슈퍼스타도 경기를 준비하며 많이 힘들었었나보구나, 경기 뒤엔 큰 시험을 끝낸 듯한 모습이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구나라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현장 중계가 이뤄지지 않는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2020년 레슬매니아 현지 중계는 원래 후배인 김영인 캐스터가 가기로 내정돼 있었습니다. 조경호 해설위원까지 가게 됐다면 캐스터와 해설 모두 중계진으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레슬매니아가 돼 의미가 컸을 텐데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김영인 캐스터가 2021년 초에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회사를 떠나게 돼 결국 레슬매니아 현지 중계를 경험 못하고 헤어지게 된 것이 선배 캐스터로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정말 나쁜 코로나!!(웃음). 김영인 캐스터도 2016년 입사 후 4년 여 WWE 중계에 참여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올해는 WWE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현지에 올거냐고, 오고싶으면 와도 된다고. 그런데 뉴스를 보니 미국 하루 확진자가 6만명에 사망자도...WWE측에 고맙지만 올해는 한국에서 중계하겠다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올해도 레슬매니아가 열린다. 무관중으로 열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야외 경기장에서 이틀 동안 관중이 입장한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지금과 같은 방식의 스크린을 통한 팬 참여조차 없었던 지난 해 레슬매니아와 일정 기간의 프로레슬링은 엄격히 말하자면 프로레슬링이라 부를 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적막함 속에서 쿵쿵 울리기만 했던 링 안에서의 소음. 그건 생명력이 없는 일종의 좀비 같은 형태의 이벤트였습니다. 프로레슬링에 관중 참여는 필요 조건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방역수칙이 지켜진다는 전제하에 관중과 함께 하는 레슬매니아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현장에서 환호하는 관중의 모습을 보게 되면 살짝 울컥할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 레슬매니아를 반드시 봐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만 소개해달라.

△1년 중 최고의 이벤트이기에 경기야 당연히 재밌는 대진들이 만들어지고 WWE 슈퍼스타들의 액션은 화려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 레슬매니아는 코로나19 이후 무관중 이벤트를 극복하며 관중 입장을 허용하는 1년여만의 이벤트입니다. 그 자체가 볼거리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진으로는 최고의 근육맨들이 싸우는 WWE 챔피언십과 10년 만의 월드타이틀을 꿈꾸는 에지가 경기하는 유니버셜 챔피언십을 필두로 빈스 맥맨의 아들인 셰인 맥맨이 ‘괴물’이라 불리는 브론 스트로맨과 싸우는 철창경기, 라틴 음악 그래미상 수상자 배드 버니와 미즈의 대결 등으로 화려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좀 특별한 관점으로 하나 더 답변을 드리자면 저는 국내 프로레슬링 중계방송에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프로레슬링도 마찬가지지만 WWE 역시 과거보다는 국내 시청자들의 사랑을 덜 받는 상황입니다. 정말 재밌는 콘텐츠이고 즐길 거리가 많지만 대중의 관심이 폭넓게 닿질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중계진으로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주위에 이번 레슬매니아 관련된 홍보도 해 주시고 이벤트가 열릴 때는 영화나 드라마 보듯이 가족이나 친구끼리 같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즐겨주신다면 IB스포츠를 비롯해서 프로레슬링 업계 모두에게 큰 응원과 힘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경기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유니버셜 챔피언십입니다. WWE 최고 스타인 로만 레인즈와 올해 로얄럼블 우승자 에지, 그리고 전 월드챔피언 대니얼 브라이언까지 3자 대결로 펼쳐지게 된 챔피언십인데요. 이 경기를 관통하는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부상 또는 질병의 극복입니다. 세 선수는 공통적으로 커리어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9년을 중단해야만 했던 위중한 부상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각자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경기 스토리의 표면에 드러나 있지는 않습니다만 백혈병을 치료해가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로만 레인즈와 각각 척추 부상과 목 부상으로 잠정 은퇴의 기간을 가졌던 에지, 대니얼 브라이언은 아마 한 경기 한 경기를 선수로서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펼칠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어쩌면 인생을 건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2021년 레슬매니아 모멘트를 함께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올해 레슬매니아를 기대하는 WWE 팬들에게 인사와 각오의 말을 전해달라.

△WWE를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중계방송하고 있는 캐스터로서 매 방송 때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장에서 생중계를 보내드리지 못하게 됐지만 중계진의 에너지로 재미를 채워 드리겠습니다. 올해 레슬매니아도 IB스포츠를 통해 꼭 본방사수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레슬매니아 현지 생중계를 마친 뒤 메인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정찬우 아나운서
2018년 레슬매니아 당시 WWE 슈퍼스타 빅쇼, 아스카 등과 함께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자선 이벤트에 참가한 뒤 함께 기념사진도 남겼다. 가장 왼쪽이 정찬우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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