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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테스형!' 나훈아 신드롬, '젊은층도 홀렸다'

정시내 기자I 2020.10.10 00:20:02

펭수도 리메이크.. 전세대가 즐기는 ‘테스형!’
“국민 위해 목숨 건 대통령 못 봐” 뼈 때리는 말말말
일본 오사카서 “독도는 우리땅!” 소신 행보 ‘재조명’
"엄마는 나의 경쟁자" 자녀들도 콘서트 티켓팅 참전 예고

가수 나훈아, 펭수. (사진=KBS 2TV,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슈팅스타는 한 주간 화제를 모은 인물, 스타를 재조명합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가황(歌皇) 나훈아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나훈아는 추석 연휴인 지난달 30일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났다.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그는 74세 나이가 무색하듯 2시간 넘게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시청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률은 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추석 특집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부산에서는 최고 시청률 38%를 기록했다.

방송 후에도 열기는 그대로 이어졌다.

신곡 ‘테스형!’의 음원 스트리밍은 방송 직후인 1일부터 폭증했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지난주(지난달 28일∼이달 4일) 기준 ‘테스형!’ 스트리밍은 방송 직전 주(지난달 21일∼27일)보다 무려 3733%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외에도 공연 중 남긴 소신발언들은 어록으로 묶여 회자되고 있다.

펭수도 리메이크.. 전세대가 즐기는 ‘테스형!’

펭수, ‘테스형!’ 멜론 스트리밍 리포트. (사진=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멜론)
‘테스형!’은 나훈아가 지난 8월 발표한 곡으로 이번 비대면 공연을 계기로 새롭게 전 국민에게 알려졌다.

이 곡은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테스형’으로 지칭하며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 왜 이렇게 힘들어’ 질문을 던지는 가사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사로잡았다. 온라인에서는 새로운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떠올랐다.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매긴 주간 ‘인기 키워드 베스트’는 ‘테스형!’이 1위를 차지했다. 검색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37%, 30대 34%를 차지, 밀레니얼 세대인 2030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7일 기준 ‘테스형!’ 스트리밍 연령대도 2030세대가 주로 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인기 캐릭터 펭수도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통해 ‘테스형!’을 부르는 영상을 올리며 나훈아 열풍에 동참했다

펭수는 회색 가발과 수염을 붙이고 나훈아로 변신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테스형!’을 열창했다. 초등생 관객들도 웃으며 함께 노래를 불러 이목을 모았다.

가수 나훈아. (사진=KBS 2TV)


“국민 위해 목숨 건 대통령 못 봐” 뼈 때리는 말·말·말

나훈아의 사이다 발언도 전세대의 마음을 흔들었다.

나훈아는 “우리는 많이 힘들고 지쳐 있다. 옛날 역사책을 보든, 제가 살아오는 동안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고 하면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이다”라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나훈아는 자신의 신비주의 루머도 재치 있게 해명했다.

그는 “신비주의라니? 가당치 않다. 가수라고 하면 전 꿈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꿈이 고갈된 것 같아서 11년 동안 여러분 곁을 떠나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잠적했다고 한다. 이젠 뇌경색에 말도 어눌하고 잘 못 걷는다고 하니까 똑바로 걸어 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다”며 웃었다.

그는 또 “훈장을 사양했다고 하더라”는 말에 “세월의 무게가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무거운데 어떻게 훈장까지 달고 삽니까. 노랫말 쓰고 노래하는 사람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며 노래에 대한 철학을 전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마인드 자체가 예술가이신 것 같다”, “가치관이 뚜렷한 분”, “나도 모르게 감탄사 나온다”, “인간적으로서도 예술가로서도 정말 존경스럽고 멋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오사카서 “독도는 우리 땅!” 상남자의 소신 행보 ‘재조명’

나훈아의 소신 행보도 재조명되고 있다.

나훈아가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생일 파티 공연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파티에서 노래 몇 곡을 부르고 수천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당시 나훈아는 “나는 대중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대중 앞에서만 공연하겠다”며 “내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공연장 표를 끊어라”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2018년 북측이 원한 평양공연 명단에 포함됐지만 ‘일정이 있다’며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국가가 부르는 데 오지 않은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나훈아는 1996년 일본 오사카 공연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 우익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르며 즉석 가사로 우리나라를 소개했다.

그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해주이소. 그람 오늘 밤새도록 (공연)할 거니까”라며 ‘쾌지나칭칭나네’ 부분을 관객들이 함께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나훈아는 “쾌지나칭칭나네/ 울릉도 밑에 또 하나 (섬이) 있소/ 아실랑가 모르겠네/ 독도라는 우리 섬/ 누가 뭐래도 우리 땅/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쳤다.

이후 일본 우익 세력으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때리 직일려면 직이 삐라 캐라(때려 죽이려면 죽여버리라고 해라)”라고 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과거 발언들이 재조명되며 누리꾼들은 “목숨 건 공연이다”, “이게 상남자다”, “이 할아버지 좀 찐(진짜)인듯”, “이건 어느 아이돌도 못할 능력”, “레전드였네”, “왜 어른들이 나훈아 하는지 느꼈다” 등의 댓글을 올렸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들은 나훈아에 ‘덕통사고(교통사고처럼 우연하고 갑작스럽게 어떤 분야의 팬이 됨)’를 당했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다.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누리꾼 반응 (사진=트위터)
특히 ‘다음부터 효도티켓팅은 없다. 엄마는 이제 나의 경쟁자’라며 젊은세대들도 앞으로 다가올 나훈아 콘서트 티켓팅에 참전할 것을 선포하고 있다.

내년에 데뷔 55주년을 맞는 만큼 또 한 번 대한민국을 뒤흔들 공연이 펼쳐질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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