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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표소 몰카 무더기 발견, 투·개표 준비 더는 허점 없나

논설 위원I 2024.04.01 05:00:00
총선을 앞두고 투표소 수십 곳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몰래 카메라는 지난달 18일 경남 양산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처음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전국 투표소 설치 예상 시설 20여 곳에서 발견됐다. 수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몰래 카메라는 모두 40대 유튜버 한 사람이 설치했다. 그가 몰래 카메라 설치 장소 수를 40여 개로 진술했다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몰래 카메라 설치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검거된 유튜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조작 등 부정선거를 감시할 목적으로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설치된 몰래 카메라 발견과 후속 처리 경위다.

양산시에서 환경미화원이 투표소 설치 예상 시설 앞에 평소에 보지 못하던 장비가 설치돼 있는 것을 보고 신고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방치될 수 있었다. 해당 장비에 ‘KT 통신장비’라고 적힌 라벨이 붙어 있었음에도 환경미화원이 수상하게 여기고 센터 측에 신고했다. 이후 센터가 KT와 정수기 임대업체, 시청 등에 이 장비에 대해 문의하며 정체를 확인하는 데 여러 날이 걸렸다고 한다.

총선을 앞두고 투표소 설치 예상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관계 당국인 선관위와 행정안전부는 투표소 설치 예상 시설에 대한 점검을 진작 시작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넋 놓고 있다가 눈 밝은 환경미화원의 신고가 있어서, 그것도 일주일 이상 지난 뒤에야 본격적 대응에 나섰다.

검거된 유튜버는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때도 사전투표소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고, 촬영된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사용했다. 그렇다면 유튜버에 의한 투표소 몰래 카메라 설치 가능성에 미리부터 대비해야 했다.

선관위와 행안부는 이제라도 전국 투표소 설치 예상 시설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투표소 관리를 비롯한 투개표 절차 준비에서 더 이상 허점이 드러나서는 안 된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탄탄한 기반이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투개표 절차가 말썽 없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개표원이 손으로 투표지를 재확인하는 수검표가 도입된다. 그런 만큼 투·개표소 현장 관리가 훨씬 중요해졌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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