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 오픈포맷, 데이터로 가는 대한민국

김현아 기자I 2021.10.04 00:46:18

중국과 달리 데이터 더 많이 개방하려는 한국
데이터집합소 보안 업그레이드, AI융합인재 주문도
데이터 활용 옥죄는 플랫폼 진입 금지 여전
범부처 데이터 정책도 어려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기술(Tech)을 맡는 부처, 그리고 그 부처를 감사하는 상임위라서 그럴까요?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과 비현실적인 규제 현실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데이터’가 바꿀 세상에 대한 준비와 걱정, 대책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데이터가 관심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데이터 중 일부를 공공 소유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얼마 전 수십 개의 기술 기업에 대해 독점 금지 남용부터 데이터 정책 위반까지 50건 이상의 규제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더이상 알리바바 같은 데이터 독점 기업이 정부 우위에 서는 걸 두려워(?)한 탓인지 겉으로는 플랫폼 독점을 언급하지만, 속내는 토지나 노동 같은 생산요소보다 중요해진 데이터에 대해 직접 통제를 가하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정부 소유 데이터를 더 많이 개방하려는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중국 정부 같은 움직임은 없습니다. 오히려 ‘데이터 기본법’을 만들어 정부 소유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이를 통해 각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려는 방향이죠. 다행입니다.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홍익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 홈페이지에서조차 기계판독이 쉽지 않은 데이터를 올리는 문제를 지적하며 오픈포맷의 활성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는 “PDF 파일 형태는 머신(기계)이 못읽고 기계가 읽는 최소 충족도 hwp 파일은 한계적”이라면서 “미국은 증거기반 정책결정법을 통해 오픈소스로 올리게 했다. 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각 부처의 정책자료들이 오픈포맷 형태가 아니다 보니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기 어렵고 이는 결국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의 공개와 시민참여를 더디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임혜숙 장관은 “보도자료와 설명자료만 기계 데이터 판독이 가능하게 돼 있는데 연말까지 다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같은 당 이용빈 의원도 정부의 오픈엑세스 정책에 대한 관심도 업그레이드를 주문했습니다. 지금은 국가 예산을 지원받는 연구재의 데이터를 자기 연구까지 돈 내고 열람해야 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죠.

데이터집합소 보안 업그레이드, AI융합 인재 양성 주문도

4차 산업혁명의 인프라가 될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보안 업그레이드와 AI융합 인재 양성에 대한 기재부의 인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소유자가 아닌 영업상 목적으로 빌려 운영하는 자(구글 등) 쪽에서 물리적, 기술적 침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게 돼 있는지 고시가 애매하다”면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보승희 의원(국민의힘)은 데이터 경제의 엔진이 되는 AI융합인재 양성에서 기재부때문에 조기 종료된 사업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AI융합연구센터를 처음 공모할 때는 ‘3개년+추가 연장’ 으로 공고했는데, 이제와서 3년에 끝낸다고 해서 대학들이 당혹해 한다. 대학원생만 250명, 관련 인력도 60여 명인데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제대로 된 AI 인재양성이 되도록 검토해 달라”고 했고, 임 장관은 “기재부에서 적정성 재검토 의견이 나왔는데 좀 더 협의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날 국감장에서의 문제 인식을 보면, 우리나라가 21세기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해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깁니다. 하지만, 걱정도 여전합니다.

데이터 활용 옥죄는 플랫폼 진입 금지, 범부처 데이터 정책도 어려워

당장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 때문입니다. 우선 플랫폼 논란이 너무 크다보니 아예 플랫폼의 업종 진입을 차단하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법률 정보 쪽의 대한변협과 ‘로톡(법률 광고 플랫폼)’간 갈등, 세무사법 개정안을 ‘삼쩜삽’ 등 스타트업과의 갈등 등이 수면위에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특정 분야 데이터를 국민이 더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곳인데 기존 업권과의 갈등에 정부가 힘을 못쓰거나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이죠.

두 번째는 정부부처 내에서도 데이터의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데이터3법이 통과됐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만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데이터의 보호에만 치중돼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고, 기재부 세무정보, 복지부 의료정보, 법무부 법률정보에 대해 적어도 범국가적인 통합적인 데이터 정책 추진을 위한 계획이나 전략을 힘있게 추진할 정부 기관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쪽에선 육성을, 다른 한쪽에선 기존 업권의 기득권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죠.

다행스럽게 얼마 전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무총리 소속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설치와 ‘데이터 생산과 결합 촉진 등을 위한 시책 마련’을 골자로 하는 법(데이터기본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범국가적인 데이터를 다룰 곳을 부총리급 정도로 격상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 이후에도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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