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친구들 학대로 숨진 ‘34kg 남성’…“혼자 걷지도 못했다”

장구슬 기자I 2021.06.20 00:03:0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친구 두 명에게 감금돼 가혹행위를 당하다 숨진 20대 남성이 2개월 동안 이어진 학대로 부축 없이는 혼자 걷지도 못할 만큼 건강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김 모 씨와 안 모 씨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20)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오피스텔 인근 폐쇄회로(CC) TV에는, 지난 1일 A씨가 혼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해 피의자 김 모(20) 씨와 안 모(20) 씨로부터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A씨는 숨질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원 1차 소견에 따르면 A씨의 몸무게는 34kg으로,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으며 폐렴 증상도 있었다. A씨 몸에서는 결박, 폭행의 흔적이 발견됐다. 그는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한 채 피의자들의 지속적인 학대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A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구 김씨와 안씨는 A씨 가족이 자신들을 상해죄로 고소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7일 A씨는 김씨와 안씨를 상해죄로 대구 달성경찰서에 고소했다.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월 두 사람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진술을 받았다. 이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3월30일께 피의자들은 대구에 있는 부모님의 집에서 치료 중이던 A씨를 자신들의 거주지로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부터 김씨와 안씨는 A씨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경찰에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도록 했다. 지난 4월17일 영등포서가 A씨에게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해야 한다’고 하자 그는 “서울이 아니라 출석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후 경찰에게 ‘고소를 취하하고 싶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경찰은 전화를 받을 당시 A씨의 옆에 피의자들이 있었으며, 문자 메시지 역시 피의자들에 의해 전송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어떤 행위를 강요한 정황이 너무 많다”며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하나씩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을 강요죄 혐의와 피해자의 진술을 방해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도 처벌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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