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가채무·연금충당부채 이중고…나라살림 부담에 확장재정 ‘기로’

이명철 기자I 2021.04.07 00:00:00

관리재정수지 적자 112조·국가채무 846조 사상 최대 수준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걱정인데, 지급할 금액 1000조 넘어
“재정이 경제 회복국면 뒷받침” vs “불필요한 지출 부담만”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저성장 국면과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씀씀이는 커진 반면 수입은 줄면서 재정 지표가 악화일로다. 특히 공무원·군인연금에 지급해야 할 돈인 연금충당부채는 1000조원을 넘기면서 연금 개혁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경기 반등을 위한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에 씀씀이 커져…재무제표 악화

기획재정부가 6일 발표한 2020회계연도 국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 세출은 45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4.2%(56조5000억원) 늘어난 수준으로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 재정에서 관리하는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285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7조9000억원 줄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전년대비 감소를 나타냈다.

재정 지출은 급증한 반면 수입은 줄어들면서 재정수지는 악화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1조2000억원 적자로 전년대비 적자폭이 59조2000억원이나 늘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같은기간 57조5000억원 급증한 112조원이다. 통합·관리재정수지 적자 모두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중앙·지방정부 채무인 국가채무는 1년새 123조7000억원 늘어난 846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대비 비중은 같은기간 37.7%에서 44.0%로 6.3%포인트 상승했다.

국가 재무제표도 나빠졌다. 자산은 1년 새 190조8000억원 증가한 반면 부채는 241조6000억원 늘면서 순자산은 504조9000억원으로 50조8000억원 줄었다.

저금리 기조, 연금충당부채 1년새 100조 ‘훌쩍’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100조5000억원(10.6%) 증가한 1044조7000억원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는 당장 갚아야 할 채무는 아니고 연금으로 충당해야 할 부채다. 다만 연금 수혜자가 있는데 기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잠재적인 나라빚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연금충당부채는 △2016년 92조 7000억원 △2017년 93조 2000억원 △2018년 94조 1000억원 △2019년 4조 3000억원 △2020년 100조 5000억원으로 2019년 잠시 줄었다가 지난해 다시 크게 늘었다.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건 할인율 하락 효과의 영향이 컸다는 게 기재부 분석이다. 할인율은 최근 10년간 국고채 수익률의 평균값으로 정하는데 저금리 기조로 할인율이 낮아진 것이다. 여기에 공무원 재직자와 재직기간 증가로 지급해야 할 연금이 늘어난 것도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적자폭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공무원·군인연금 재정수지 적자는 2030년 각각 6조8000억원, 2조5000억원에서 2040년 12조2000억원, 3조4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연금충당부채가 당장 부담이 아니려면 출산율, 평균수명, 경제여건 변화 등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달라지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 체계는 그렇지 않다”며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시절에 만든 구조를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국가채무 1200조…재정준칙은 난항

지난해 재정 지표 악화에도 정부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절대 부채 기준으로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선진국은 지난해 GDP대비 13.3% 정도 재정적자가 전망되지만 우리나라는 3.1%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들어 국가채무 등 주요 재정 지표들의 빠른 악화는 우려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국가채무는 626조9000억원이었는데 4년만에 220조원이 늘었다. 올해 연말 예상 국가채무는 956조원으로 또 다시 100조원 가량 증가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2020~202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23년 국가채무를 1196조3000억원으로 전년 예상보다 100조원 이상 늘렸다. GDP 비중은 46.4%에서 54.6%로 높였다.

정부는 코로나 위기 이후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세입 기반을 확충해 재정을 관리해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재정 지출과 세수 감소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근본적인 증세 등 정책 전환 없이 재정 수지 개선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준칙도 확장 재정을 요구하는 여당과 재정준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야당 지적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재정의 적극 역할을 주문하는 쪽은 경제 회복 국면에서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여러 국제기구들이 권고하는 것처럼 아직까지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할 때”라며 “민간 소비 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벌써부터 재정의 역할을 거두면 안된다”라고 설명했다.

선심성 재정 정책은 경기 진작에 소용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기업부채 리스크도 큰데 재정을 불필요한 곳에 지출하면서 마지막 보루인 국가부채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일자리 등에 재정을 지출하기 보단 민간 일자리와 소비·투자·수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