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vasion]②BTS부터 넷플릭스까지, K-콘텐츠 홀릭

김윤지 기자I 2018.10.26 06:02:00
방탄소년단은 지난 6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콘서트를 개최했다(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 장면 하나. “미소를 잃지 마세요. 방탄소년단이 파리에 있답니다.”(Gardes le sourire, BTS est a Paris.)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첫 유럽투어 마지막 콘서트가 열린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 전광판 문구였다. 런던에서 시작한 유럽투어는 총 7회 공연 10만 좌석을 채우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지난 6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비롯해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이제 그래미를 넘보고 있다.

# 장면 둘. 지난 8월 공개된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한국계 여성을 주인공을 내세웠다. 주인공을 포함한 세 자매는 기존 동양인 캐릭터처럼 수학 천재나 괴짜로 그려지지 않는다. 보쌈, 요구르트, 마스크 팩 등 한국인에게 친근한 일상이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특히 사랑의 매개체가 된 요구르트는 SNS에 질문이 쏟아지는 등 영어권 시청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한국계 작가 제니 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스틸컷‘(사진=넷플릭스)
◇BTS부터 ‘김씨네 편의점’까지…무엇이 다른가

최근 문화, 인종, 성별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K팝과 드라마 한류의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M세대·포노 사피엔스 등으로 불리는 신인류가 이를 견인하고 있다. 일각에선 ‘팍스 K-콘텐츠’ 시대까지 꿈꾸고 있다.

“영국 땅을 한 번도 밟지 않은 소년들이 2만 명 규모의 공연장에서 두 차례 공연을 모두 매진시켰다.” 영국 현지 매체는 방탄소년단을 이처럼 소개했다. 제작자 방시혁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은 K팝의 전통적인 가치를 따랐다. 한국형 아이돌 시스템을 거쳐 탄생했고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회의식을 반영한 가사와 ‘보는 음악’으로서 다양한 영상 콘텐츠 제공이 이들의 차별점이었다. 힙합이란 익숙한 장르, 아티스트로서 탄탄한 실력, 팬들과 끊임없는 소통도 한 몫했다. 이는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아미’(방탄소년단 팬)란 강력한 팬덤을 양산했다. 이들이 방탄소년단을 빌보드로 ‘강제’ 진출시킨 셈이다. 전문가 집단이 ‘BTS 신드롬’을 원히트원더가 아닌 롱런으로 전망하는 이유기도 하다.

변화는 스크린에서도 감지된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영화 ‘서치’는 지난 8월 국내 개봉해 294만 명을 모으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한국계 가정을 배경으로, 한국계 배우 존 조가 주인공을 맡았다. 그외 주요 인물도 모두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다.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로는 파격적인 캐스팅이다. 지난 9월부터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 국영방송 CBC 시트콤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인기에 힘입어 내년 시즌3를 선보인다. ‘서치’와 ‘김씨네 편의점’ 모두 한국인을 이방인 혹은 선입견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 ‘서치’ 스틸컷‘(사진=소니 픽처스)
◇SNS 채운 한글 물결…“힙(hip)한 문화 장르로”

이 같은 흐름은 한국 문화 전체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방탄소년단 글로벌 팬들은 SNS 이벤트를 펼쳤다.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래 가사를 직접 적은 후 인증샷을 찍어 올렸다. 애정을 꾹꾹 담은 서툰 글씨체였다. 해외서 한국어 학당을 운영하는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매년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 첫 해인 2007년 3개국 13개소였던 세종학당은 올해 9월 기준 56개국 172개소까지 그 규모가 13배 이상 늘어났다. 2000년대 중후반은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로 뻗어나기 시작한 시기로,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소비로도 이어진다. CJENM은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콘텐츠와 비즈니스를 결합한 한류 박람회 ‘케이콘(KCON)’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첫 해 방문객은 1개 도시 1만 명이었지만, 지난해 5개 도시 23만 명으로 늘어났다. K팝이나 드라마 등 호기심에서 시작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패션, 뷰티, 식음료 등으로 확산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현수 CJENM 음악컨벤션사업국장은 “지난 9월 열린 태국 케이콘에서는 콘서트 티켓 2만 2천석이 매진됐다.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컨벤션 또한 2만 관객이 방문하며 동남아시아로 번진 한국문화의 인기와 케이콘의 힘을 실감했다”며 “최근 한국 문화가 세계 청소년들 사이에서 힙(hip)한 문화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팬 층이 젊어지고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 포스터(사진=CBC)
◇“팔 길이의 원칙, 기본 돼야”

위 사례의 공통점은 자연발생적이란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K팝의 승리가 아닌 방탄소년단과 중소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성공으로 분석된다. 영화 ‘서치’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 문화를 소재로 삼았을 할 뿐 각각 전하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바로 보편적 감성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지난 정권 정부 주도로 김치 등 한국 먹거리를 앞세운 정책적 사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영균 문화평론가는 “문화를 순수 예술과 대중문화로 구분해, 전자는 정부를 포함한 국가와 사회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 후자는 시장경제 논리로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하고 자생력을 길러야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가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자율성을 최대로 보장하는 이른바 ‘팔 길이의 원칙’(The arm‘s length principle)이 기본이 돼야 할 것”고 목소리를 냈다.

KCON 2018 태국 컨벤션 현장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몰란 태국 관객들(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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