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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포효', 드디어 아시안컵 마음의 짐 털었다

이석무 기자I 2024.03.04 00:01:00
토트넘의 손흥민이 3일(한국시간) 크리스털 팰리스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홈 경기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뒤 크게 포효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슈팅이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손흥민(32·토트넘)은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마음고생을 날려버리는 진한 포효였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43분 쐐기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시간으로 올해 1월 1일 새벽 열린 본머스와 20라운드에서 12호 골을 터뜨린 뒤 토트넘에서 약 두 달 만에 추가한 골이었다. 이 골로 손흥민은 시즌 득점을 13골로 늘렸다.

지난 두 달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토트넘에서 ‘새해 축포’를 터뜨린 뒤 기분 좋게 아시안컵으로 향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달 3일 호주와 8강전에선 연장전에서 ‘환상 프리킥’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안컵은 손흥민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요르단과 준결승 전날 후배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손가락이 탈구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몸보다 더 아픈 것은 마음이었다. 다음날 요르단과 준결승전에서 처참한 경기력으로 무너진 뒤 손흥민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인터뷰에서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에 돌아온 뒤에도 손흥민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아시안컵 강행군 탓에 몸이 무거웠다. 손흥민 특유의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의 짐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행히 상처는 아물었다. 사건 이후 ‘하극상 논란’으로 비난의 중심에 섰던 이강인은 런던으로 날아가 손흥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손흥민도 이강인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달라”고 팬들에게 호소했다. 그 덕분에 사건은 봉합됐고 이강인에게 쏠린 비판 여론도 잠잠해졌다.

손흥민에게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마음의 짐을 다소나마 내려놓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때마침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브라질 출신 공격수 히샬리송이 무릎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를 맡았던 손흥민에게 공격 선봉을 맡겼다. 손흥민은 쐐기골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팬들이 공식 홈페이지 투표로 뽑는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각종 매체가 발표한 경기 평점 역시 팀 내 1위를 독차지했다.

여전히 손흥민의 손가락에는 붕대가 감겨 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손가락을 잃어버리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며 “그는 여전히 잘 뛸 수 있고, 괜찮다”는 농담으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아시안컵에서 돌아와 다시 골을 넣어 무척 기쁘다. 팬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더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일 때 무척 침착해 보이는데 어떤 마음으로 상대하나’라는 질문에는 “침착해 보이지만, 사실 긴장을 많이 한다”면서 “감사한 칭찬”이라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

또한 “거의 50m를 달려 조금 힘들었다”는 손흥민은 “골대 앞,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선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한다”며 “너무 흥분하면 원하는 대로 공을 찰 수 없고 대부분 득점에 실패하기 때문에 계속 침착하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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