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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먹으면서...12시간 동안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해 오늘]

홍수현 기자I 2023.12.25 00:00:0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20년 12월 25일 새벽 1시쯤 경남 김해시 한 사설 응급구조단의 사무실에서 “으아 으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급구조사가 사망하기 한달 전 쯤 단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모습. (사진=JTBC 캡처)
해당 사무실에서 응급구조단 단장인 A씨(44)의 무자비한 폭행에 저항 한번 못한 직원 B씨(44)의 비명이다. 얼굴을 때리고 발로 허벅지를 찬 뒤, 몸을 앞으로 숙이자 그대로 배와 가슴까지 강하게 찼다.

이런 폭행의 시작은 전날 오후 1시 24분쯤부터다. 사설구급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폭력전과 8범인 A씨는 “너 같은 XX는 그냥 죽어야한다” “너는 사람 대접도 해줄 값어치도 없는 XXX야”라며 B씨의 전신을 무자비하게 때렸다. B씨는 그때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속수무책으로 구타 당했다. 경찰은 “오랜기간 이뤄진 폭행 등으로 인해 정신적 지배상태에서 B씨가 일방적으로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폭행은 이날 저녁까지 계속됐다.

그는 오후 7시쯤 돼서야 B씨에게 “집에 가자”며 걸어보라고 했다. B씨가 잘 걷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자 “또 연기하네, 오늘 집에 못 가겠네”라며 B씨를 의자에 앉히고 다시 뺨을 때렸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A씨는 치킨을 주문해 먹으면서 체력을 보충했다. 당시 B씨는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탈수 증상을 보이고 있을 때였다. 결국 B씨는 쇼크 증상을 보였고 A씨는 그런 B씨를 차가운 바닥에 무릎 꿇려 앉혔다. 새벽이 되자 온몸을 차고 밟는 등 무자비한 폭행이 다시 시작됐다.

약 1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가혹하게 폭행을 당한 B씨는 갈비뼈 골절, 경막하출혈, 근육내출혈 등으로 외상성 쇼크 상태에 빠져 점차 기력·의식을 잃어가면서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A씨는 이같은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난방도 되지 않는 차가운 사무실 바닥에 9시간 정도를 방치했다.

당시 A씨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숙직실에서 7시간동안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 오전 8시 30분쯤 깨어 “집에 가자”고 했지만 B씨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 채 신음소리만 냈다. 또 1시간 30분 가까이를 방치하다가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는 B씨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도 곧장 신고하지 않고 차량이나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머물렀다. 이들은 7시간 뒤 119 신고하기 전까지 폭행장면이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폐쇄회로(CC)TV 등을 폐기하기도 했다.

(사진=이데일리 DB)
사건이 알려지며 잔혹성에 피의자 신상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으나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피의지 신상공개가 주로 수도권 범죄에만 집중돼 있는 경향을 꼬집을 때 거론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2022년 3월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법정에서 살해 동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가 복종하며 일을 하게 할 의도로 폭행을 가했다는 것이 A씨 측의 설명이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CCTV 등에 따르면 응급구조사 자격이 있고, 장비를 갖추고 있음에도 A씨는 B씨의 사망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을 한 바 없다”며 “B씨가 사망할 위험이 증대되고 있음을 외관상으로도 인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A씨 주장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A씨는 지난 15일 B씨를 상습 폭행하고 공갈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2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A씨는 B씨를 12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하기에 앞서 1년간 B씨를 10차례 폭행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또 업무상 보고 누락이나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라며 돈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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