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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보다 빨랐다…‘21세’ 김주형, 111년 만에 최연소 타이틀 방어

주미희 기자I 2023.10.17 00:00:00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2연패 달성
79년 만에 한 시즌 같은 대회 우승 등 진기록 쏟아내
우즈 이후 최연소 3승…111년 만에 최연소 타이틀 방어
부진 딛고 1년 만에 우승…세계랭킹 11위로 상승
“작년 기대 부응하려 노력…겸손한 한 해 보냈다”

김주형이 16일 열린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갤러리들에 인사하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진정한 ‘월드클래스’로의 진입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거둔 김주형이 세계랭킹 톱10을 눈앞에 뒀다. ‘세계 톱10’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임을 나타내는 척도다. 1년 3개월 사이에 3승을 쓸어담은 김주형의 나이는 불과 21세. 무엇이 김주형을 특별하게 만들었을까.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멀린 TP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김주형은 5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기록하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151만2000 달러(약 20억4000만원)이다.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김주형은 지난주 16위보다 5계단 상승한 11위에 오르며 개인 최고 순위를 경신했다. 세계랭킹 10위 내 진입도 꿈이 아니다. 한국 선수 중 세계 10위 안에 들었던 선수는 2008년 최경주(53)가 유일하다. 최고 순위는 5위였다.

김주형은 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두면서 모두 진기록을 써냈다. 지난해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2000년대생으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정상에 올랐고, 작년 이 대회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이후 26년 만에 21세 이전에 PGA 투어 2승을 올린 선수가 됐다. 1996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과 월트디즈니 월드 올드모빌 클래식에서 2승째를 올린 당시 우즈(20세 9개월)보다 빠른 20세 3개월 만에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3번째 우승은 우즈보다 3개월가량 늦었다. 1997년 1월 우즈가 만 21세 13일에 3승을 달성했고,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른 김주형의 나이는 21세 3개월 4일이었다. 그러나 타이틀 방어 기록은 우즈보다 빠르다. 우즈가 PGA 투어에서 처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나이는 2000년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의 24세였다. 더 나아가 김주형은 111년 만에 최연소 타이틀 방어 성공이라는 대기록도 썼다. PGA 투어 기록에 따르면 종전 기록은 20세 11개월 21일의 나이에 1912년 US오픈 2연패를 달성한 존 맥더못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주형은 1944년 바이런 넬슨 이후 79년 만에 한 시즌에 같은 대회에서 우승한 진기록도 남겼다. PGA 투어가 2024년부터 단년제로 편성됨에 따라, 이번 대회는 2022~23시즌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2022~23시즌 3번째 대회로 치러졌던 이 대회에 정상에 오른 김주형은 이날 우승으로 시즌 2승을 올린 것으로 기록된다. 앞서 넬슨은 1944년 1월과 12월 샌프란시스코 오픈을 제패했다.

이번 대회 2라운드까지 공동 26위에 머문 김주형의 우승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김주형은 3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선두에 올랐고, 마지막 날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9번홀까지 2타를 줄이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김주형은 12번홀(파4)과 13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고, 15번홀(파4)에서 결정적인 3m 버디를 추가해 선두를 질주했다. 남은 3개 홀에서 파를 기록한 김주형은 애덤 해드윈(캐나다)의 추격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김주형은 어린 시절 호주, 태국, 필리핀 등에서 골프를 했다. 2018년 15세의 어린 나이에 프로로 전향했고 아시안투어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 뛰어난 코스 적응력과 원어민 수준의 영어 능력 덕분에 지난해부터 뛰기 시작한 PGA 투어에서도 빠르게 적응했다. 이어 2승을 기록하고 미국과 인터내셔널 팀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는 잠재력이 높은 김주형과 대형 계약을 맺었다. 우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을 후원하는 나이키에 소속됐다는 건 미국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서도 김주형의 스타성을 인정했다는 이야기다. 최정상급 선수들인 매킬로이,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등에 스스럼없이 다가가며 모르는 것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성격 또한 김주형의 성공에 한몫했다.

김주형을 오래 지도한 이시우 코치는 이데일리에 “김주형이 지난 2주 동안 한국에서 스윙 체크, 연습 등을 열심히 했다. 어드레스 셋업 자세, 백스윙 시 톱에서의 위치, 피니시 때 몸의 균형 등을 전체적으로 점검했다. 스윙 움직임, 즉 중심을 잡아놓고 도는 회전이 좋아졌다”며 “김주형은 기술적으로 스윙 템포와 균형이 뛰어나 일관성이 좋다. 작년에 비해 비거리도 늘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이는 PGA 투어에서도 우승 경쟁을 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형은 지난해 통산 2승을 거둔 뒤에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6월 메이저 대회 US오픈 공동 8위, 7월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공동 6위, 메이저 디오픈 챔피언십 준우승 등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찾았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김주형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올해 고전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주형은 “작년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쓰는 일이 힘들었다”면서 “올해가 나의 첫 번째 풀 시즌이었고 작년의 대단한 성과에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힘들었지만 좋았고 겸손해지는 한 해였다. 3승은 정말 달콤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트로피 들어올린 김주형(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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