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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래 먹거리 '비만' 낙점한 한미약품, 차세대 비만약 4개 동시 개발

석지헌 기자I 2023.09.08 09:05:25

이르면 올해 비만약 개발 전담 부서 출범
차세대 비만약, 내년 초 국내 임상1상 신청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창립 50년을 맞은 한미약품(128940)은 향후 100년을 이어갈 미래 성장동력으로 ‘비만 치료제’를 낙점했다. 한미약품은 비만치료제 개발 전담 조직을 연내 만들고 최소 4개 이상의 차세대 비만치료제를 차례로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제공= 한미약품)
1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약품은 내년 초 다수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차세대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들을 개발 트랙에 올릴 예정이다. 최근 국내에서 비만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신청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하면 최소 4개 이상의 치료제들이 차례로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것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2025년 상용화 목표) 외에 가장 진도가 빠른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경우, 내년 초 국내 임상 1상을 신청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비만치료제 종류는 다양하다. 지방 감소 효과를 기존 약 대비 크게 높인 제품, 비만약 복용 시 근육량 감소를 막아주는 제품, 체중 감소와 근육량 증가 효과를 동시에 내는 제품 등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GLP-1 계열 먹는(경구용) 비만 치료제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이 본격화하면 한미약품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가 된다.

이 중 지방 감소 효과를 높인 제품의 경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내년 초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한미약품은 해당 후보물질의 동물시험 결과 25% 가량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평균 17~18%의 체중 감소 효과를,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약 20%의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비만 수술 중 위소매절제술의 경우 체중 감소 효과가 25% 수준으로 보고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환자별 비만 정도에 따라 각각의 비만 치료제를 골라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환자 근육량에 따라 각각의 치료제를 병용해서 투약할 수도 있는 그런 전략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약 개발 부서, 이르면 올해 출범”

한미약품은 원래 비만, 당뇨 등 대사 질환에 강한 회사다. 회사는 지난 2010년 초반까지 시부트라민 성분 개량신약 비만약 ‘슬리머’로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GLP-1에 글루카곤을 더한 한미약품의 신약 후보물질 ‘듀얼아고니스트’의 경우,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 했을 당시 적응증이 비만·당뇨였다. 2018년 효능 부족 등으로 한미약품에 다시 반환됐지만 12% 가량의 탁월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이르면 올해 안으로 R&D 센터 내 비만약 개발 전담 조직을 따로 만들 계획이다. 과거엔 비만과 NASH, 당뇨 등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봤다면, 이제는 비만 분야를 강조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초격차’ 제품으로 비만약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특히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국내 임상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주로 글로벌 임상을 고집해 왔지만, 비만약 임상과 관련해서는 글로벌과 국내 임상을 병행해 임상 등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바이오 신약의 경우 대부분 글로벌 임상을 해왔다. 하지만 해외에서 임상을 하면 빅파마들과 동일한 속도로 진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며 “약이 좋아도 사실은 임상 속도에서 좀 뒤쳐지는 이슈들이 상당 부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개발하는 것들은 최단 기간 개발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만 치료 시장은 글로벌 빅파마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공급량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올해 2분기 위고비 판매량은 약 7억3500만달러(약972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배나 늘었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매출액은 2분기 기준 9억797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1분기 보다 70% 이상 급증했다. 한미약품은 이들 제품 효능을 뛰어넘는 비만약 출시로 글로벌 기업으로의 퀀텀점프를 이루겠단 전략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비만인구는 오는 2035년 세계 전체 인구의 24%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오는 2030년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전망치는 1000억 달러(약 132조3500억원)까지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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