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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위해 할 일이 많은데…" 故 유상철, 끊이지 않는 추모 물결

이석무 기자I 2021.06.09 00:00:05
[이데일리 스타in 이영훈 기자]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빈소가 8일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있다. 유상철 전 감독은 지난 2019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에 전념해 왔고 지난 7일 별세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유상철 전 감독에 대한 축구계 안팎의 추모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상철 전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에는 8일 축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이날 낮 12시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정몽규 회장은 “유상철 전 감독에게 6개월 전 건강이 어떤지 물었다”며 “당시에는 금방 축구계로 돌아올 듯했는데 이렇게 빨리 갈 줄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잘 지내시기를 빈다”며 “축구협회 차원에서 고인을 예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장례 방법 등도 유가족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유상철 전 감독과 함께 2002 한일월드컵 4강 기적을 함께 썼던 동료들의 마음은 더욱 찢어졌다.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현영민 해설위원, 김남일 성남FC 감독 등 한일월드컵 멤버들은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고인을 위로했다.

8일 오전 빈소를 찾은 유상철 전 감독과 함께 대표팀 중원을 책임졌던 김남일 감독은 “유상철 감독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였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하실 일이 더 많은 분인데 아직 젊은 나이에 이렇게 가시게 돼 안타깝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상철 전 감독이 마지막으로 이끌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전달수 대표이사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축구인 유상철보다 인간 유상철이 좋았다”면서 “내가 부족해 감독님이 먼저 가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고 말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현재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전을 진행하고 있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도 하늘나라로 떠난 유상철 전 감독의 명복을 빌었다. 벤투 감독은 8일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H조 스리랑카와의 조별리그 5차전 경기를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상철 감독은 한국 축구가 가장 좋았을 시기에 국민께 기쁨을 주셨고, 영광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며 “축구 동료로서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 못하는 것에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벤투 감독은 유상철 전 감독과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상대 팀으로 맞붙었던 경험이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던 벤투 감독은 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러 0-1로 패했다. 당시 벤투 감독과 중원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였던 한국의 미드필더가 바로 유상철 전 감독이었다.

유상철 전 감독의 사망 소식에 대표팀 선수 및 코칭스태프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장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만 오갈 수 있는 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직접 조문을 할 수 없다. 대신 대한축구협회는 9일 스리랑카와의 조별리그 경기에 앞서 유상철 전 감독에 대한 추모 행사를 하기로 했다.

대표 선수들은 오른쪽 팔에 검은 암밴드를 차고 경기에 나선다. 경기 전 전광판에 헌정 영상과 추모 이미지를 띄우고 묵념을 진행한다. 또한 유상철 전 감독의 대표팀 등번호인 6번을 추모하기 위해 킥오프 이후 전반 6분까지 별도의 응원 없이 진행한다.

해외 축구계에서도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공식 계정에 유상철 전 감독의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기 출전 사진과 함께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는 글을 올렸다. FIFA는 “유상철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이 안방에서 4강 진출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유족 및 한국 축구계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유상철 전 감독이 1999∼2000년, 2003∼2004년 선수로 활약한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는 SNS를 통해 “지난해 홈 개막전에서 닛산 스타디움에서 승리했을 때 ‘또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유상철 전 감독은 7일 오후 7시께 서울 아산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50세. 유상철 전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던 지난 2019년 10월 황달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을 이어왔다.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도 끝까지 벤치를 지키면서 그해 인천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시즌 뒤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투병에 전념해왔다. 최근에는 경기장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건강을 회복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다시 병세가 악화했고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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