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18세 최연소 우승 "잘 때도 골프하는 꿈 꿔요"

주영로 기자I 2020.07.13 00:00:01

KPGA 군산CC 오픈 18세 21일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
코리안투어 데뷔 2개 대회 만에 최단기간 우승도 경신
세계랭킹 100위 이내 진입, PGA 챔피언십 출전 기대

김주형이 12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 군산CC 오픈에서 18세 21일의 나이로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PGA)
[군산(전북)=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8세 김주형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두 번째 출전한 군산CC오픈(총상금 5억원·우승상금 1억원) 우승으로 초대형 스타 탄생을 알렸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던 국내 남자골프의 단비가 됐다.

12일 전북 군산의 군산 컨트리클럽 리드·레이크코스(파71)에서 열린 군산CC오픈 마지막 4라운드 16번홀(파4). 김주형이 4.5m 거리의 파 퍼트를 홀에 넣은 뒤 주먹을 쥐었다.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들어가 위기를 맞았던 김주형은 천금 같은 파 세이브에 성공, 2타 차 선두를 지켜냈다. 마지막까지 선두를 내주지 않은 김주형은 코리안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18세 21일) 우승을 차지했다.

김주형은 이날 버디 3개에 보기는 1개로 막아내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했다. 김민규(19)가 이날만 9타를 줄이며 맹추격했으나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2위에 만족했다.

오전 일찍부터 내린 비에 낮 12시께부터는 바람까지 강해져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김주형은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어렵지 않은 2번홀(파5)에서 3온에 실패했고, 4번째 친 공은 홀에 가깝게 붙이지 못했다. 파 퍼트가 빗나가면서 1타를 잃어 단독 선두에서 내려왔다. 이후 7개 홀 동안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답답한 경기가 계속됐다.

전반 마지막인 9번홀(파5)에서 나온 버디가 분위기를 바꿨다. 2타 만에 공을 그린 근처까지 보냈고, 세 번째 샷을 홀 2.2m에 붙이면서 이날 첫 번째 버디를 잡아냈다. 분위기를 바꾼 김주형은 10번홀(파4)에선 그린 밖 앞 9m 지점에서 칩인 버디에 성공, 다시 1타 차 단독 선두로 앞서 나갔다.

재미교포 한승수(34)의 추격도 거셌다.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한승수는 10번홀 버디에 이어 11번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 공동 선두가 돼 김주형을 압박했다.

승부의 추가 기운 건 15번홀(파4)이다. 김주형은 약 2.4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넣었다. 한승수는 파 퍼트를 놓쳐 순식간에 2타 차로 벌어졌다. 한승수는 17번홀(파3)에서 버디로 다시 추격에 나섰으나 18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 2위 자리마저 내주고 3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 뒤 김주형은 “지난주 눈앞에 있던 우승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오늘 끝까지 지켜내 우승했으니 보상을 받은 것 같다. 더 의미 있다”고 기뻐했다.

이날 초반 어렵게 경기를 풀어간 것에 대해 그는 “(그런 순간에) 예전에 고생했던 생각을 많이 하면서 힘을 냈고, 저를 촬영하는 카메라를 보며 그 안의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한 게 우승의 발판이 됐다. 김주형은 “9번홀에서 리더보드를 봤을 때 아직 1타 차 공동 2위에 있어 후반에 경기를 잘 하면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며 “9번홀 버디에 이어 10번홀에서 칩인 버디를 하면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돌아봤다.

김주형은 코리안투어 프로 선수 최연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최연소 우승 기록은 2011년 NH농협오픈에서 우승한 이상희의 19세 6개월 1일이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 10대가 우승한 건 이상희 이후 김주형이 9년 만이다.

18세 김주형에게 골프는 인생의 전부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해에 태어났다.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했다. 그 뒤 필리핀과 호주 등에서 생활했다.

2017년 15세의 나이로 프로가 된 김주형은 아시아프로골프 2부 격인 디벨롭먼트 투어로 데뷔했다. 지난해 17세의 나이로 아시안투어 파나소닉 오픈에서 프로 첫 승을 신고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주 개막전으로 열린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준우승한 데 이어 이날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무서운 10대 돌풍을 이어갔다.

김주형은 “자면서도 골프를 하고 있는 꿈을 꾼다”며 “부모님과 대화할 때도 골프 얘기밖에 하지 않으니 제 몸엔 골프의 피가 흐르는 것 같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2일 현재 세계랭킹 113위에 올라 있는 김주형은 이날 우승으로 100위 이내 진입이 예상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100위 이내에 들면 8월 열리는 메이저 골프대회 PGA 챔피언십에 참가할 수 있다.

김주형은 “내일 세계랭킹이 발표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부모님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과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창우(28) 4위(12언더파 272타), 함정우(26)와 전규범(23)이 공동 5위(11언더파 273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주형이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퍼트에 성공한 뒤 주먹을 쥐고 있다.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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