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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마스터스 연기…남은 시즌 PGA 투어 판도 영향은

임정우 기자I 2020.03.16 06:00:18
마스터스 깃발.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전 세계로 확산 중인 코로나19로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연기되면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비롯해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존 람(스페인), 브룩스 켑카,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등 마스터스에 초점을 맞추고 올 시즌을 준비해 온 대부분의 톱랭커들에게 대회 연기는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 우즈는 2년 연속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모든 계획을 마스터스에 맞췄다. PGA 투어에서 최다인 15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 등을 포기하고 이 대회를 준비해 왔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리는 매킬로이 역시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욕심은 남달랐다. 이미 US오픈, 디오픈, 그리고 PGA챔피언십을 모두 정복한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우승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지 못한 만큼 누구보다 마스터스 우승의 상징인 그린재킷을 바랐다.

그러나 대회가 연기되면서 이 대회를 준비해 온 선수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마스터스 연기가 한 시즌에 걸친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선수들은 1년에 걸친 한 시즌을 준비하며 꼭 참가해야 하는 대회들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 컨디션 관리를 하는데 마스터스가 그 중 손에 꼽히는 대회라는 점에서다.

한 매지지먼트 관계자는 “톱랭커라고 해서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경기 운영 스타일과 코스의 적합성, 체력, 멘탈 등이 뒷받침될 때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데 현재의 목표를 잃은 데 대한 허탈감이 멘탈로 이어진다면 이후 대회에서 정상 컨디션을 찾는 것도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스터스 첫 출전을 앞두고 기대감을 부풀렸던 선수들의 실망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임성재(22)와 매튜 울프(미국) 등 23명이 첫 출전권을 얻었다. 그러나 23명의 마스터스 데뷔전은 4월 이후로 미뤄졌다.

지난해 7월 PGA 투어 3M 오픈 우승으로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낸 매슈 울프(미국)는 마스터스의 연기가 확정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일 아침 일어나면 이 모든 게 농담이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허탈감을 드러냈다.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 우승자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는 “대회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고 강조하며 위안을 삼았다.

마스터스는 ‘명인열전’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로 꼽힌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미국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모두의 안전을 위해 4월 9일 개막 예정이던 대회를 연기한다”며 “마스터스가 안전한 상황에 열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1934년부터 열리고 있는 마스터스가 일정을 변경한 건 세계 2차 대전으로 대회가 중단된 후 처음이다. 마스터스는 1943년부터 1945년까지 세계 2차 대전으로 인해 대회를 열지 못했다. 마스터스는 올해 대회가 미뤄지면서 1945년 이후 75년 만에 대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회 연기라는 결단을 내린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측은 “가능한 빨리 새 대회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PGA 투어 일정이 8월 말까지 가득 차 있고 9월 25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이 열리는 만큼 새로운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날씨와 마스터스 출전권 등 여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의 여름은 고온다습하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돼 코스 관리를 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이 때문에 5월부터 10월까지 개장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출전권을 주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는 방법은 지난 시즌 투어 챔피언십 출전자 전원,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세계랭킹 50위, 지난 1년간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 이상이 걸린 대회 우승자 등 19가지가 있다.

지난해 기록과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 자격을 충족시킨 선수들은 예정대로 출전하면 된다. 문제는 개최 시기 변경에 따라 새롭게 출전권을 선수들을 획득하는 선수들이다. 마스터스 개막 전주 발표되는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들과 대회가 미뤄지면서 생긴 우승자들의 출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대회 주최 측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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