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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최진호는 “타이틀을 의식하면 경기 집중력이 떨어져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운 게 영광스러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비결이다. 게다가 보너스 상금 1억원과 고급 승용차까지 받게 됐으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2016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진호는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처음으로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내내 고른 활약을 펼친 건 아니다. 4월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후 35일 만에 넵스 헤리티지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하반기에 보여준 존재감은 스스로도 실망스러울 정도다. 최진호는 “목표했던 다승을 너무 일찍 달성했더니 욕심이 생겼다. 3승, 4승을 위해 연습량을 급격하게 늘렸더니 몸이 버티지 못했다. 피로가 겹치면서 지치기 시작했고, 대상포진으로 기권하는 일도 생겼다”며 “하지만 이 역시 소중한 경험이다. 내년부턴 체계적인 계획과 체력적으로 단단히 무장해 시즌 내내 변함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우승 이면에는 재미있는 기록도 숨겨져 있다. 이번 시즌 최진호는 우승을 차지한 두 대회 모두 최종성적 17언더파 271타를 적어냈다. 또한 4라운드 동안 버디 2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낸 것도 묘하게 일치한다. 정상에 오를만한 성적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최진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하루 평균 5개 이상의 버디를 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더블보기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샷의 완성도와 자신감이 아직 부족한 탓이다”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최진호는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하지 않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의 첫 관문인 웹닷컴 투어(2부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응시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11월 초 열린 2차전에서 4타 차로 고배를 마셨다. 원인은 역시 샷 난조였다. 시즌 중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친 것이 무리가 돼 오랜 꿈이 아쉽게 무산됐다.
최진호는 지난 10월 셋째 아들 승하를 얻었다. 가장의 책임감 역시 자연스럽게 무거워졌다. 이뤄야 할 목표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는 “내년 목표는 4승 그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독하게 마음 먹겠다”며 정신무장을 새로이 했다. 그러면서 KPGA 투어에 대한 구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진호는 “파워풀한 샷으로 골프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남자대회를 찾아달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