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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산업 ‘실적 쇼크’ KCGI는 ‘물음표’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던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의 실적 악화에 발목잡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애시당초 애경그룹의 자금 동원력에 의문을 가졌던 전문가들은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실적 악화가 향후 인수전 참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경산업은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1573억원, 영업이익은 71.5%줄어든 6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181억원을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통해서 한 단계 성장한 것은 맞다”면서도 “애경산업 실적이 좋아도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는 딜(deal)인데, 최근 실적이 악화되니 시장에서 더욱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하면 제주항공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지만, 최근 한일 무역 마찰 등으로 일본행 발길이 줄어드는 등 업황이 악화되는 것도 애경산업의 인수 참여를 망설이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항공 역시 2분기 영업손실 274억원을 기록해 5년여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항공산업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저비용항공사(LCC)간 경쟁 심화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애경그룹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인수를 공식적으로 공식화 한 곳은 KCGI(일명 강성부 펀드)다. 다만 시장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인수자가 안정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운영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이미 한진해운 사태 등을 겪어본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사모펀드(PEF)에 팔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시장은 KCGI의 인수전 참여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오히려 2.5% 하락했다.
◇ 항공업 전망 어두운데…“舊株 모두 사기엔 비싸”
시장에서 매각 장기화를 점치는 이유는 또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식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舊株) 33.47%(3월 기준)와 유상증자로 인한 신주를 동시에 사들이는 조건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아시아나전체 매각가는 1조5000억~2조5000억원이다. 신주 인수가는 최소 1조원 이상일 것이라는게 시장 컨센서스다. 구주를 시장가 수준만 쳐준다면 1조5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서 1조원이상을 쳐준다면 2조5000억원까지 추산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항공업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구주가격을 높게 쳐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신주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게 돼 인수자 측에서는 신주 인수가를 높이고, 구주 인수가를 낮게 책정하려 한다. 반면 금호산업은 구주가격을 최대한 높게 받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역시 구주가격이 높아 매각이 장기화되면 아시아나항공 재무 위기가 커지기 때문에 금호산업과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분리매각에 대한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구주에 대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분리매각 등 매각 구조를 다시 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한 사모펀드(PEF)관계자는 “회사가 이미 망가져버렸는데 전부 사가라고 하는 것은 시장에서 구조조정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들린다”라며 “매각 구조를 다시 만들어, 경쟁이 붙으면 차라리 더 나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인수자 입장에서는 채권단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커 인수 절차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인수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채권단은 인수전 흥행을 위해서라도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대한 분리매각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