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에 협박도 옛말...일·사랑 쟁취 응원 상대 연예인 불의, SNS에 거침 없이 폭로 대중들 "당당함 멋져" 응원...젠더 공감대 확립
스타의 사생활은 늘 대중들의 관심사입니다. 특히 열애설은 거의 모든 경제 이슈를 덮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던 날이 실검 1위는 '강다니엘 지효 열애'였습니다. 그동안 열애설이 터질 때마다 타격을 입는 쪽이 주로 여자였죠. 인기 아이돌과 열애설이 난 여자 연예인들은 협박 편지에 테러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여자 연예인들은 더 이상 본인들의 열애, 이성관계 논란에 기죽지 않습니다. 쿨하게 공개 연애를 인정하며 보란듯이 일과 사랑 모두에 열정을 쏟고, 열애 상대방의 부도덕한 행위엔 SNS로 강한 일침을 날립니다.
변화한 건 대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과 열애 중인 상대 연예인의 행복을 기원하고, 일부 여자 연예인들이 소신 있는 폭로와 그에 따른 악플에 당당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의 손길을 내밉니다.
전문가들은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등 일련의 사건들로 성차별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와 성평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남녀관계의 불미스러운 일이 더이상 여성들의 부끄러운 치부가 아니라 떳떳히 공개하고 위로 받아야 할 인식이 확산됐다는 겁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까지 여배우, 걸그룹 멤버들은 연예인이자 여성이라는 엄격한 이중 잣대에 자신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미투' 등 여러 사건들의 영향으로 젠더 평등에 대한 대중과 연예인의 관심도, 공감대가 모두 높아지면서 이러한 추세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 잘한 지효, 우리도 응원해"...열애설에 협박은 옛말
최근 가수 강다니엘(24)씨와 걸그룹 트와이스의 지효(23)씨의 열애 소식도 남녀의 위상이 바뀐 대표적 사례입니다. 두 사람의 각 소속사는 지난 5일 디스패치의 보도로 열애설이 불거지자 "현재 호감을 가지고 만나는 사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습니다.
국내외 정상의 지위에 서 있는 남녀 아이돌 가수의 열애설에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지만 이내 이들의 만남을 축하한다는 응원이 잇따랐습니다. 팬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강다니엘 갤러리와 트와이스 갤러리에는 이들의 연애를 지지한다는 성명문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숙된 문화죠. 1999년 그룹 베이비복스의 멤버 간미연씨는 그룹 HOT의 멤버 문희준씨와 열애설이 불거졌다는 이유로 HOT 팬덤에게 피가 묻은 면도칼과 협박편지를 받아야 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팬들의 응원이 강다니엘이 아닌 지효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 가수로서의 본업에 결코 소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심지어 강다니엘의 팬도 지효를 응원합니다. 자신을 강다니엘 팬이라고 소개한 대학생 김선영(23)씨는 "지효는 소속사랑 3년 연애 금지 서약도 지켰고 방송, 앨범활동에 월드투어 일정까지 대중의 기대를 완벽히 충족해낸 프로"라며 "좋아하는 연예인과 사귄다고 상대 연예인을 무작정 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강다니엘은 팬들이 떠나는 '탈덕'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프로답지 못한 처신 때문이죠. 이제 겨우 솔로 가수의 여정을 시작해 앨범 활동에 매진해야 할 시점에 이런 소식을 듣게 한 강다니엘에게 실망"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양다리 피해' 당당히 폭로...'상여자'라 응원
최근 여자 연예인들은 거침없이 '과거'를 공개합니다. 지난 2일 방송인 오정연씨는 옛 연인 강타 씨에게 핵폭탄을 날렸습니다. 그는 개인 인스타그램에 2년 전 강타와 교제 중 우주안씨와의 양다리 현장을 목격했고 이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오씨는 우주안씨와 댓글로 서로 간의 입장을 나눴고 오해를 풀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강타씨는 4일 공개 예정이었던 싱글 '러브 송' 공개를 취소했고 뮤지컬 헤드윅에서도 하차했습니다.
비슷하게 지난 6월에는 가수 장재인씨가 공개 연애 중이던 그룹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씨의 양다리 행각을 SNS에 폭로했습니다. 질타를 받은 남태현씨는 잘못을 인정한 뒤 다음 날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고 출연 예정이던 뮤지컬 작품에서도 하차했습니다.
대중들의 반응도 과거와 다릅니다. 공인으로서 자신의 치부를 밝히기 어려웠을텐데 더 이상의 피해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이란 응원도 적지 않았습니다. 회사원 박서원(28)씨는 "자신의 유명세와 인기만 믿고 여러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일부 남자 연예인들의 행위가 강하게 근절돼야 한다"며 "발언 취지가 어땠다는 것과 별개로 이 여자 연예인들의 용기있는 폭로가 없었다면 제4, 제5의 피해여성들이 속출했을 것이다. 본인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막고 싶은 마음 아니었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여성은 죄인 아냐"...높아진 젠더 평등 관심 한 몫
폭로 이후 이미지 타격도 과거 얘기입니다. 당당히 자신들의 활동에 매진합니다. 장재인씨는 6일 "주변에서 되레 걱정 많이해서 미안했다. 음악 외 다른 것들은 내 손을 떠나 유연히 그리고 올바르게 잘 처리될 것"이라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양다리 폭로 후 악성댓글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밴드 등 음악 활동도 지장 없이 해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습니다.
오정연씨는 강타씨 논란과 관련한 인스타그램 글을 올리고 3일 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를 예정대로 진행했습니다. 촬영장에서도 강타씨 관련 논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으로 녹화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누리꾼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연예인 지망생 한지민(가명·21)씨는 "피해를 입고도 죄 지은 것처럼 침묵하고 움츠러들어야 했던 여자 연예인들의 위치가 점점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픔을 고백하면서도 그와 관계 없이 본업도 당당히 수행하는 이들 덕에 속이 뻥 뚫린다. 이런 행보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헌식 평론가는 "예전에는 스타들의 열애설이 불거지면 남자 연예인 측 팬덤이 자신들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같은 여성인 상대 연예인을 지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젠더 이슈와 관련한 논의가 끊임없이 대두되고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과거처럼 여성 연예인을 손가락질하는 대신 같은 여성으로서, 억압받아온 존재로서 그들이 입은 피해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문제 해결을 도모해나가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