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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어린이 허벅지로 짓눌러 뇌사…보육교사는 왜 그랬을까[그해 오늘]

김민정 기자I 2024.06.17 00:01:04

부실 수사 지적에 사건 전면 재조사
징역 1년·벌금 500만원 선고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6년 6월 17일, 이른바 ‘어린이집 영아 사망사건’의 담당 보육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및 아동학대 처벌버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37·여)씨에게 징역 1년 및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사진=채널A)
A씨는 지난 2014년 11월 12일 자신이 일하는 서울 관악구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B군을 이불에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재워 호흡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사건 당시 1시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다가 2015년 12월 저산소성뇌손상에 의한 뇌사 판정을 받고 끝내 숨졌다.

검찰은 당초 A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벌금 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일반적으로 ‘약식기소 처분’은 검사가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는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한다.

당시 어린이집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 A씨의 학대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만, 검찰이 이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수사를 한 차례 마무리하면서 A씨가 벌금 500만 원만 물고 끝날뻔했다. 법원 역시 잘못된 검찰수사를 바탕으로 사건을 가볍게 처리했다.

해당 영상에는 A씨가 B군이 덮은 이불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못 움직이게 하는 모습 등이 기록돼 있었다. 이 영상은 사고 발생 9일 전인 11월 3일에 촬영된 것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 수사라는 지적이 일자 검찰은 사건을 전면 재조사했고, 2016년 2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다시 기소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 법정형의 50%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A씨는 2심에서도 징역 1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되는 내용과 피해자의 사망 경위 등을 종합하면 아동인 피해자의 신체발달을 해치는 신체 학대행위를 하고,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충분히 이해된다”며 1심 결과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죄질과 피해 결과의 중함, 피해자의 유족이 평생 아물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정하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와 함께 A씨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당시 임신 중인 점을 감안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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