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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날 선발 마운드에는 ‘에이스’ 안우진이 출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을 내내 안고 있던 물집 부상이 지난 1차전에서 크게 터지면서 기존 구상이 꼬였다. ‘고육지책’으로 마운드에 오른 건 정규시즌 53경기 내내 구원등판한 이승호였다. 경기를 앞둔 홍원기 감독은 “이승호가 올해 불펜에서 큰 역할을 했고 예전에 선발을 한 적도 있다. 경험치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호는 “전날 선발 등판한다는 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손발에서 땀이 안 멈췄다. 긴장돼서 저녁밥도 못 먹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를 앞두고 지나다니는 형, 동생들이 전부 ‘잘할 수 있다’고 한 마디씩 해주고 갔다. (안)우진이는 주자 도루를 신경쓰는 게 어떻겠냐고 짚어줬다”면서 “이런 말들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오프너’의 임무를 맡은 이승호는 자신의 시즌 최다 투구수(48구)를 갈아치웠다. 1회 선두타자 추신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정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실점했으나, 이후 더이상의 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오히려 SSG 숀 모리만도가 2⅓이닝 9피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4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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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2회를 가느니 3회를 가느니 하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면서 “스트라이크만 던지자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수비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키움은 오는 7일 KS 5차전을 치르기 위해 다시 인천을 향한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강행군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이다. ‘업셋 우승’을 향한 열망은 여전하지만, 선수단의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승호는 “선수들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프지만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빠질 것도 아니다.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며 3년 전의 준우승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떄나 지금이나 똑같이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