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선발' 이승호 "긴장돼 밥도 못먹어…눈 앞 타자만 집중"

이지은 기자I 2022.11.05 19:26:57

올해 불펜서 뛰었으나…안우진 대신해 첫 선발 등판
4이닝 1피안타 1실점 깜짝 역투…KS 4차전 MVP
"스트라이크만 던지자 생각, 수비수들이 도와줬다"

[고척=이데일리 스타in 이지은 기자] “긴장이 너무 됐지만, 눈 앞에 있는 타자에만 집중했다.”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키움 선발 이승호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규시즌을 불펜에서 보낸 이승호(23·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선발 마운드에서 깜짝 쾌투를 선보였다. 이승호는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SSG 랜더스와의 KS 4차전에서 4이닝 1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데이’ 승부수가 통하면서 키움도 6-3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2승2패를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날 선발 마운드에는 ‘에이스’ 안우진이 출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을 내내 안고 있던 물집 부상이 지난 1차전에서 크게 터지면서 기존 구상이 꼬였다. ‘고육지책’으로 마운드에 오른 건 정규시즌 53경기 내내 구원등판한 이승호였다. 경기를 앞둔 홍원기 감독은 “이승호가 올해 불펜에서 큰 역할을 했고 예전에 선발을 한 적도 있다. 경험치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호는 “전날 선발 등판한다는 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손발에서 땀이 안 멈췄다. 긴장돼서 저녁밥도 못 먹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좀 괜찮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를 앞두고 지나다니는 형, 동생들이 전부 ‘잘할 수 있다’고 한 마디씩 해주고 갔다. (안)우진이는 주자 도루를 신경쓰는 게 어떻겠냐고 짚어줬다”면서 “이런 말들 때문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오프너’의 임무를 맡은 이승호는 자신의 시즌 최다 투구수(48구)를 갈아치웠다. 1회 선두타자 추신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최정에게 우전 적시타를 내주며 실점했으나, 이후 더이상의 안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오히려 SSG 숀 모리만도가 2⅓이닝 9피안타 6실점(5자책점)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4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 한국시리즈 4차전’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데일리 MVP를 수상한 키움 선발투수 이승호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이닝만 더 던졌더라면 승리도 함께 달성할 수 있었다. 이승호는 “선수라면 당연히 욕심나는 상황”이라면서도 “정규시즌도 아니고 한국시리즈다. 내가 욕심을 부릴 자리가 아니다. 내 뒤에 좋은 투수들이 많아서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했다.

또 “내가 2회를 가느니 3회를 가느니 하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면서 “스트라이크만 던지자고 생각하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수비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키움은 오는 7일 KS 5차전을 치르기 위해 다시 인천을 향한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강행군이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이다. ‘업셋 우승’을 향한 열망은 여전하지만, 선수단의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승호는 “선수들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아프지만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빠질 것도 아니다.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경기에 임하는 것 같다”며 3년 전의 준우승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떄나 지금이나 똑같이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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