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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일본 TV 출연 연이어 무산..38만명 돔투어 건재

고규대 기자I 2018.11.11 14:17:31
타임을 장식한 방탄소년단의 모습.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연말 일본 TV 출연이 사실상 무산됐다.

일본 스포츠 연예지인 스포니치 아넥스는 “TV아사히의 ‘뮤직 스테이션’ 출연이 보류된 한국의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의 다른 연말 음악 프로 출연도 모두 무산 됐다”고 10일 전했다. NHK방송이 오는 12월 31일 방송 예정이던 연말 음악 프로 ‘홍백가합전’에 방탄소년단의 첫 출연을 검토했지만 보류했다. 이어 후지TV 측도 12월 5일과 12일 방송 예정인 ‘FNS 가요제’ 출연을 원점으로 돌렸다. 앞서 일본 TV 아사히 측에서 BTS의 음악 방송 출연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레 취소한 이후 줄줄이 방송이 취소된 것이다.

일본 TV가 방탄소년단의 출연을 연이어 번복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원자폭탄 투하 장면이 그려져 있는 광복절 티셔츠를 입은 것을 문제 삼은 탓이다.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 사진과 함께 애국심(PATRIOTISM), 우리 역사(OURHISTORY), 해방(LIBERATION), 코리아(KOREA) 등의 영문이 담겼다. 광복절 티셔츠를 입었던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된 것은 작년이지만, 이 티셔츠가 일본 내에서 문제가 된 건 지난 달부터 일본 극우세력들이 문제를 삼으면서 부터이다.

몇몇 해외 언론은 방탄소년단의 일본 TV 출연이 무산되자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민지배와 한·일 관계를 재조명했다. 그 때문에 일본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원자폭탄 티셔츠로 인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공연이 취소됐다”며 “수많은 한국인은 일제 치하로 고통을 받았으며 이들에 대한 치유 문제가 한·일 관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일본 TV 출연 취소가 최근 강제 징용됐던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일본의 속내라는 분석도 내놨다. 빌보드는 10일자 인터넷판에서 ‘More Than a T-Shirt: BTS’ Canceled Appearance Underlines Japan & Korea‘s Awkward K-Pop Relationship’라는 제목으로 이를 분석했다. 빌보드는 역사적 정서적 한일 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티셔츠 사건이 (양국의)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러나 양국은 정치적·문화적 입장이 오랜 기간 뿌리 내린 이슈들 사이에서 방송 출연을 취소한 온전한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빌보드는 “사실 이 문제가 유일한 문제였다면 2017년 12월 ‘재팬 뮤직 스테이션 슈퍼 라이브’ 등 이전 방탄소년단의 일본 TV 출연이 취소됐어야 하는 게 논리적이다”고 덧붙였다. 빌보드는 “사건이 단순한 패션 아이템보다 정치적·문화적 요소가 훨씬 더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양국의 어색한 긴장관계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적었다.

한국 홍보 전문가는 서경덕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본이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막고, 극우 매체에서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본다”며 “그야말로 구석에 몰리다 보니 일본 언론들이 ‘생트집’만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 교수는 이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의식한 일본의 행태가 어처구니없다”며 “요즘 일본 정부와 언론은 그야말로 매우 다급해 보인다. 늘 감추려고만 했던 역사적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여야 정치권은 잇달아 논평을 내놨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일본 정부의 강제 징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광복절 티셔츠를 문제삼아 공연을 취소하는 건 일본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민간교류 영역이 정치적으로 활용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 정부도 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의 편협한 문화상대주의와 자기중심적 역사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일본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아쉬운 결정이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일본 TV 출연이 무산됐으나 일본 콘서트 투어는 예정대로 이어간다. 이번 4개 돔 투어는 11월 13일~14일 도쿄돔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21일과 23일, 24일 오사카 교세라돔, 내년 1월 12일과 13일 나고야돔, 2월 16일과 17일 후쿠오카 야후오쿠돔에서 공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투어를 통해 총 38만 명의 관객들과 함께한다. 티켓은 전석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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