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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8월들어 홈런이 1개 뿐이다. 30일 사직 삼성전서는 자신의 눈 앞에서 홈런왕 경쟁자인 최형우가 2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훌쩍 앞서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별반 흔들리지 않는 듯 보였다. 개인 성적에는 초탈한 듯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상황. 무리하게 큰 것을 노리기 보다는 팀이 필요한 한방을 때려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완연히 느껴졌다.
31일 사직 삼성전이 그랬다.
롯데는 1회초 2사 만루 위기를 겨우 넘겼다. 2아웃을 잘 잡아 놓은 뒤 선발 고원준이 흔들렸던 탓이다. 전날 대패를 당한 팀 입장에선 빠른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그 중심엔 이대호가 서 있었다. 1회말 반격 1사 1,2루. 이대호는 삼성 선발 저마노로부터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볼 카운트 0-1에서 몸쪽 낮게 박힌 투심 패스트볼(139km)였다. 큰 것이 머릿속에 먼저 들어가 있었다면 내야 땅볼로 병살타가 되기 쉬운 공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굳이 이 공을 당겨치려 하지 않았다. 짧은 스윙으로 타구를 1,2루간으로 보내며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어떤 큼지막한 타구 보다도 큰 울림이 있는 적시타였다.
기세가 오른 롯데는 상대 실책까지 더하며 1회말에만 5점을 뽑았다. 전날 경기 대패의 불안감을 금세 씻어내는 집중력이었다.
이대호는 6-2로 추격당한 4회 2사 2,3루서도 좌익 선상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내며 추가점을 뽑았다. 6-0으로 앞서던 경기서 추격을 허용한 바로 다음 이닝. 이대호의 방망이를 통해 뽑은 추가점은 삼성의 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3타수3안타1볼넷3타점. 홈런 하나 없는 기록이었지만 이대호는 현재 자신의 몸 상태로 해낼 수 있는 베스트를 다했다. 이대호는 홈런이 없어도 이대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