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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16강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레버쿠젠은 후반 12분 하칸 찰하노글루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레버쿠젠은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다음 달 18일 마드리드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최소한 비기거나 1골 이상 넣고 1골 차 패배를 당해도 8강에 올라갈 수 있다.
이날 손흥민은 4-2-3-1 포메이션의 2선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심지어 슈팅도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100% 헌신했다. 중원까지 내려와 상대 역습을 저지하는가 하면 동료와 협력플레이를 펼치며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
손흥민의 활약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UEFA 홈페이지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25번 패스를 시도해 22번 성공했다. 패스성공률이 88%나. 축구전문 통계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의 패스 성공률은 93.3%로 집계했다. 손흥민의 패스 성공률은 양 팀 선발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영국 축구전문매치 골닷컴은 손흥민에 대해 “놀랍도록 열심히 뛰었다. 상대가 공을 잡고 있을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레버쿠젠은 분명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보다 한 수 아래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팀인 동시에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했다.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당당히 스페인 ‘빅3’로 인정받고 있다. 올시즌도 리그 3위를 달리는 중이다.
반면 레버쿠젠은 올시즌 불안한 모습이다. 올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6위에 머물러있다. 문제는 허약한 수비였다. 손흥민을 비롯해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갖추고도 수비에서 대량실점을 내줘 패한 경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심지어 지난 14일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선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하고도 4-5로 패하기도 했다.
레버쿠젠으로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라는 대어를 낚기 위해선 과감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 변화의 중심이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아래로 내려와 중원을 보강하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허를 찔렀다. 활동량이 왕성한 손흥민이 가세한 레버쿠젠의 중원은 아틀레티코 마드리와 맞붙어서도 전혀 밀리지 안핬다. 오히려 경기를 주도한 쪽이 레버쿠젠이었다.
손흥민과 레버쿠젠은 지난해도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며 파리 생제르망(프랑스)에게 완패했다. 지난해의 아픔에서 얻은 교훈은 1년 뒤 같은 자리에서 승리의 좋은 밑거름이 됐다.
손흥민은 “매우 힘든 경기였지만 8강에 진출하려면 원정에서도 이렇게 경기할 필요가 있다”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홈에서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훌륭한 경기를 펼쳐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팀 승리에 온전히 자신을 맡긴 손흥민은 모습은 그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